면적 약 3.79㎢. 여의도 면적의 약 1.3배에 해당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많은 것은 세종시에 있는 교육부로 비롯된다면, 대한민국 사교육의 많은 것은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비롯된다.
강남 8학군 명문고들이 몰려있고, 은마아파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학원들이 무수히 늘어서 있다. 매일 학원 수업이 끝나는 오후 10시쯤에는 학원을 나서는 학생들과 이들을 데리러 온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가까이에 있지만, 결코 거리감은 가깝지 않은 이곳을 최근 대중문화의 콘텐츠들이 현미경을 들이대고 관찰하고 있다.
최근 부쩍 이 ‘대치동’의 코드를 섞은 콘텐츠들이 늘었다. 부촌의 이미지가 있던 이곳은 1990년대 이후부터 사교육의 중심지가 되면서 학원가의 이미지가 있었고,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부모나 학생 그리고 이들을 요구를 충족하며 스타가 되거나 명예, 부를 쌓는 강사들이 모여들면서 ‘욕망의 용광로’가 됐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졸업’은 이러한 대치동 학원가의 분위기를 비교적 잘 나타낸 작품으로 꼽힌다. 대치동을 배경으로 스타 강사인 서혜진(정려원)과 신입 강사인 이준호(위하준)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은 로맨스 장르라 알려졌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학원 정치물’에 가깝다.
학원에서 서로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강사들의 욕망과 함께 다른 학원끼리의 합종연횡 심지어는 공교육과의 관계도 민낯을 드러내며 로맨스의 분위기를 낯설게 했다.
대치동 학원가를 소재로 한 작품은 계속 기획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전도연, 정경호 주연의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방송됐다. 방송에서는 ‘강남구의 모 학원가, 녹은로’로 설정됐지만,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배우 김아중이 출연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진 ENA의 드라마 ‘대치동 1들의 전쟁(가제)’ 역시도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했다.
영화도 비슷한 소재가 개봉했다. 지난달 개봉한 김수인 감독의 작품 ‘대치동 스캔들’이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배우 안소희의 주연작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은 대치동에서 일타 강사 윤임(안소희)과 학교 교사 기행(박상남)의 만남이 목격되면서 시험문제 유출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윤임이 잊고 있던 대학시절과 만나는 이야기다.
안소희는 ‘졸업’의 정려원과 마찬가지로 국어 일타 강사 역으로 분해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흐르는 소문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대치동 코드를 예능으로 풀어낸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첫 시즌을 방송하고, 현재 두 번째 시즌을 방송 중인 채널A 예능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이하 티처스)다.
대부분 대치동에서 명성을 얻은 스타 강사가 성적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학생별 맞춤 코칭을 해주며 성적을 선물한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프로그램은 성적을 올리는 비법보다는 학생을 초조하게 하는 것이 부모들의 기대나 욕망이라는 점을 환기하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대치동 소재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몰리는 이유는 대치동이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멀기 때문이다. 학원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곳을 작동시키는 원리는 다분히 자본주의에 부합하고 학생이나 학부모라 불리는 사용자들의 욕망에 편승한다.
또한 성적을 올리는 비법, 학생들을 다채롭게 학습시키는 요령 등 대치동 학원가의 유산들도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 강의로 인해 전국적으로 대치동의 콘텐츠 영향력이 커진 것도 큰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현장 특유의 정글 같은 경쟁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캐릭터, 스타 강사의 인지도가 예전보다 높아진 부분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