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상원 13일 LG전
데뷔 최다 3.1이닝 투구
달감독 “롱릴리프 맡길 것”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LG전에 좌완 김기중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김기중은 1회초 안타 4개를 얻어맞고 2실점 했다. 2회초엔 선두 타자 박해민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꾸역꾸역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은 김기중을 과감하게 내리고 불펜을 조기에 가동했다. 승부수였다.
김 감독은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 “경기가 기울기 전에 액션을 취한 것”이라며 “점수만 더 주지 않으면 역전 기회가 올 거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단이 통하려면 추가 실점 없이 긴 이닝을 소화해줄 두 번째 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김기중 대신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박상원(30)이었다. 2회초 2사에 등판한 박상원은 일단 문성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3회초엔 LG의 3, 4, 5번 타자인 김현수, 문보경, 박동원을 상대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1사에서 수비 실책으로 문보경에게 출루를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박동원에게 병살타를 유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박상원은 5회초까지 LG 타선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2017년 한화에 입단한 박상원은 데뷔 후 가장 긴 3.1이닝을 소화했다. 피안타, 사사구 없이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한화는 타선의 침묵과 박상원 이후 등판한 투수들의 난조로 3-7로 패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박상원이 등판한 타이밍과 투구 내용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 감독은 남은 시즌 박상원을 기존과 다르게 활용해 볼 생각이다.
그는 “박상원이 승리조에 있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승리조를 나눠둔 상태”라며 “선발이 무너졌을 때 뒤에 붙어서 끌고 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역할을 고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그런 임무를 맡겨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박상원이 롱릴리프로 자리를 잡으면 팀에도 적지 않은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태양, 장민재 등이 퓨처스(2군)팀에 있는 터라, 현재 1군에서 이 역할을 해줄 투수가 마땅치 않다. 올해 고전 중인 박상원에게도 반등의 계기를 만들 기회다.
박상원은 지난해 팀의 마무리 투수로 55경기 16세이브 평균자책 3.65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개막 2주 만에 보직을 반납했다. 전반기에만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될 정도로 부진을 겪었다. 16일 기준 평균자책은 7.89로,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