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의 인종차별 노래 파문이 더욱 거세게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축구팬들이 인종차별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쪽에서는 자신들만의 문화라고 강변한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사과한 체육부 장관을 경질한 가운데, 해당 영상을 올린 논란의 주인공 엔소 페르난데스(첼시)의 아버지도 나서서 “아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르난데스의 아버지는 19일 아르헨티나 매체 ‘데포르테스 아르헨토스’와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절대 인종차별자가 아니다. 유럽인들은 응원가, 셀레브레이션 같은 우리의 축구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소는 부적절한 순간에 영상을 촬영했다. 좋지 못한 행동이었고 엔소도 후회하고 있다. 엔소는 자신이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도 몰랐다”면서도 “첼시 동료 선수들은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충분히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바로 SNS에 글을 올려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2014년에 독일이 우리를 이겼을 때, 그들은 가우초 걸음걸이를 흉내내며 우리가 무식한 사람들인 것처럼 조롱했다. 2018년에 프랑스는 메시의 작은 키를 가지고 조롱했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는 차별당한 피해자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사건은 아르헨티나가 지난 16일 열린 2024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콜롬비아를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이기고 대회 2연패, 월드컵 포함 메이저대회 3연패를 차지한 뒤 일어났다. 페르난데스가 소셜 미디어 라이브를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팀 버스 안에서 우승에 흥이 겨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는데, 해당 노래 가사에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노래는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당시 팬들이 불러 논란이 됐다. “엄마는 나이지리아, 아빠는 카메룬 사람”, “음바페는 트렌스젠더와 하는 걸 좋아해”라는 내용으로,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구성된 프랑스 선수단을 조롱하는 가사가 주를 이뤄 논란을 빚었다.
이후 첼시 구단은 성명을 통해 페르난데스에 대해 “차별적인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자체 징계 조치에 착수했다. 프랑스축구협회(FFF)는 필립 디알로 회장이 나서 아르헨티나 대표팀과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제소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첼시 웨슬리 포파나 등 아프리카계 선수들도 SNS를 통해 강력한 비판을 하는 등 사태는 커져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쪽에선 자신들만의 문화라는 입장이 계속 나온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인종차별과거리가 멀다”라며 “나는 모든 것이 맥락에서 벗어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도 이날 SNS를 통해 “대통령실은 어떤 정부도 세계챔피언이자 남미챔피언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어떤 의견, 어떤 생각, 어떤 행동도 강요할 수 없음을 통보한다”며 “이런 이유로 체육부 장관인 훌리오 가로는 더 이상 체육부장관으로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린다”고 했다. 앞서 가로 장관이 자국 방송에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 회장과 대표팀 주장(리오넬 메시)이 프랑스축구협회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발끈한 것이다.
세계 축구팬 대부분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로 규정하고 강하게 질타하고 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문화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강대강의 싸움에서 FIFA의 결론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