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케이시 켈리가 KBO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지만 비 때문에 고개를 숙였다.
켈리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 전 LG는 이미 켈리의 교체를 확실시한 상황이었다. 염경엽 LG 감독도 경기 전 켈리의 교체 사실을 알렸다.
켈리는 2019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발을 들였다. 한국 무대 첫 해 29경기에서 14승(12패) 평균자책 2.55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다음해에도 15승을 올리는 등 활약했고 2022년에는 한 시즌 최다 승수인 16승(4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 10승7패 평균자책 3.83으로 잠시 주춤했다. 전반기까지 교체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은 켈리를 시즌 끝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고 켈리는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시즌에도 켈리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9경기 5승8패 평균자책 4.51을 기록했다. LG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와 저울질을 하다가 교체를 결정했다. 엔스는 20경기 9승3패 평균자책 4.15를 기록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사실 어제 아침에 오자마자 새 외국인 투수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켈리는 (오늘) 선발로 안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5년 이상 우리 팀에서 뛴 선수고 켈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서 마지막을 잘 해주는게 좋을까 생각을 했다. 구단과 상의를 했는데 안 던지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던지게 해주는게 가장 좋은게 아니겠냐라고 결정했다. 그래서 켈리에게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켈리는 팬들과 제대로 작별을 하기 위해 선발로 던지기로 했고 이날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몸을 풀기 위해 외야로 나간 켈리는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팬들도 이미 이별 소식을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타선에서는 득점 지원도 해줬다. 1회말 1사 1루에서 오스틴 딘이 두산 조던 발라조빅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쏘아올리며 힘을 실었다. 이어 문보경도 우측 담장을 넘겨 연속 타자 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2회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어 양석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박준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2루의 위기에 처한 뒤에도 김기연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그러자 2회말 타선에서 3득점을 뽑아내며 지원했다. 1사 후 박해민이 좌전 안타를 쳤고 후속타자 신민재 타석 때 도루까지 성공했다. 신민재는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홍창기가 2루수 방면 땅볼로 출루할 때 두산 강승호가 포구 실책을 저질러 타자와 주자 모두 살았다. 그러자 오지환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1타점 적시타를 쳤고 이어 오스틴도 2타점 적시타를 이어 쳐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6-0의 든든한 득점 지원 속에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전다민을 포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전민재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정수빈을 3루 땅볼로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졌다. 세차게 비가 내렸고 더이상 경기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해 심판진들은 중지를 시켰다.
경기는 한 시간 넘게 중단됐고 비가 잦아들자 다시 그라운드 정비에 들어갔다. 켈리도 불펜에서 다시 나와 몸을 풀었다. 구단 관계자는 “켈리가 이닝 마무리를 본인이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그런데 다시 정비를 끝내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덮혔고 경기는 결국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