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케이시 켈리가 5년 반 동안 밟은 잠실구장 마운드가 촉촉하게 젖었다.
켈리는 20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LG와 작별을 고했다. LG는 이날 새 외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영입을 알렸다. 구단은 “에르난데스는 직구, 변화구, 모두 보더라인 제구가 날카롭고 뛰어난 피칭 감각을 가진 완성형 우완 투수 ”라며 “시즌 중에 팀에 합류하지만 빠르게 적응해서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외인 투수 케이시 켈리에 대해서는 “21일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전부터 이날 경기는 켈리의 고별전이 확실시 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사실 어제 아침에 오자마자 새 외국인 투수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켈리는 (오늘) 선발로 안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5년 이상 우리 팀에서 뛴 선수고 켈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서 마지막을 잘 해주는게 좋을까 생각을 했다. 구단과 상의를 했는데 안 던지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던지게 해주는게 가장 좋은게 아니겠냐라고 결정했다. 그래서 켈리에게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켈리에게 팬들하고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본인의 의사를 물어봤다. 그리고 켈리가 마지막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켈리는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2회에는 1사 1·2루의 위기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타선에서 든든한 득점 지원을 해줬다. 1회 오스틴 딘과 문보경이 연속 타자 홈런으로 3점을 냈고 2회에는 오지환과 오스틴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더 뽑아내 6득점이나 지원했다. 하지만 3회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한 시간이 넘어서자 비가 잦아들었고 그라운드 정비에 들어갔다.
켈리는 다시 불펜에서 몸을 풀며 이닝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정비를 끝내자마자 비가 쏟아졌고 경기는 노게임이 선언됐다. 켈리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팀 동료들은 켈리와의 작별이 아쉬워 눈물을 흘렸다. 켈리는 동료들과 얼싸안았다. 문보경, 오지환 등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켈리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켈리를 떠나보내는 고별 행사가 이어졌다. 선수단은 켈리가 그동안 지켰던 마운드 위에서 동그랗게 모였다. 켈리가 마운드로 올라오자 동료들은 헹가래를 했다.
이어 잠실구장 마운드에는 켈리 유니폼 모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현수막이 펼쳐졌다. 그가 달고 뛰었던 등번호가 새겨진 현수막이었다. 세차게 내린 비로 현수막은 흠뻑 젖었다.
그동안 켈리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전광판에 틀어졌다. 켈리는 팬들에게 소감을 밝힌 뒤 큰 절을 올렸다. 관중석에서는 “켈리!”를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팬들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LG는 켈리와의 오랜 동행을 마무리했다.
켈리는 2019시즌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발을 들였다. 한국 무대 첫 해 29경기에서 14승(12패) 평균자책 2.55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다음해에도 15승을 올리는 등 활약했고 2022년에는 한 시즌 최다 승수인 16승(4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30경기 10승7패 평균자책 3.83으로 잠시 주춤했다. 전반기까지 교체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LG 감독은 켈리를 시즌 끝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고 켈리는 팀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올시즌에는 19경기 5승8패 평균자책 4.51을 기록했다. 이날 승수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지만 켈리는 승리보다도 더 한 추억을 안고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