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통보를 받고도 켈리가 ‘뛰겠다’고 한 이유 세 가지 중 하나…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LG 동료들’

입력 : 2024.07.21 06:00 수정 : 2024.07.21 14:53
울음을 참지 못하는 LG 케이시 켈리. 잠실 | 김하진 기자

울음을 참지 못하는 LG 케이시 켈리. 잠실 | 김하진 기자

20일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는 LG 케이시 켈리. 잠실 | 김하진 기자

20일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하는 LG 케이시 켈리. 잠실 | 김하진 기자

20일 잠실구장은 LG와 케이시 켈리의 이별을 슬퍼하기라도 한 듯 세차게 비가 내렸다.

이날은 켈리의 마지막 경기였다. 전날 외국인 투수 교체 여부가 결정이 됐고 새 외인 투수 영입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LG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의 계약을 마쳤고 21일에는 켈리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기로 했다.

20일 선발 투수로는 켈리가 예정되어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선발 투수를 바꾸는 방안도 고민해봤지만 켈리의 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염경엽 감독은 “생각해보니 5년 이상 우리 팀에서 뛴 선수고 켈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서 잘 마무리하는 게 좋을까 생각을 했다. 구단과 상의를 했는데 안 던지는 것보다 마지막으로 던지는게 가장 좋은 것 아니겠냐고 결정했다. 그래서 켈리에게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켈리는 가족과 상의를 해서 결정을 내렸고 마운드에 오르기로 했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걸 잠실구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알았다. 켈리가 경기 전 몸을 풀러 외야로 나가자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날 경기의 호투를 바라는 것과 동시에 마지막 경기를 잘 장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해졌다.

켈리는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나갔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자 관중석에 있던 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2회에는 1사 1·2루의 위기도 있었지만 병살타를 유도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타선에서는 6득점이나 지원했다. 1회부터 오스틴 딘과 문보경의 홈런 두 방이 터졌고 2회에도 적시타가 두 개나 나왔다. 그러나 3회 거세진 빗줄기로 경기가 중단됐다. 한시간 동안 기다린 후 비가 잦아들자 그라운드 정비를 시작했다. 켈리도 다시 몸을 풀었다. 그러나 다시 비가 내렸고 이번에는 노게임이 선언됐다.

켈리 고별식. 잠실 | 김하진 기자

켈리 고별식. 잠실 | 김하진 기자

이례적인 고별식도 진행됐다. 켈리는 LG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상대팀인 두산 선수들과도 포옹을 했다. 선수들은 켈리를 헹가래쳤고 마운드에는 켈리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 모양의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켈리의 그동안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도 나왔다. 켈리는 물론 그의 가족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켈리는 LG와 작별했다.

이미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켈리가 마운드에 오른 건 동료들을 위한 마음 때문이었다.

켈리는 고별 행사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아내와 상의 후 마지막으로 던지는게 좋을거 같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켈리는 잠실 LG 팬들 앞에서 한번 더 던지고 싶었다. 이날 경기는 매진됐다. 켈리의 직전 경기는 지난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이었다. 켈리는 원정 경기를 고별전으로 남게 하고 싶지 않았다.

켈리는 “한화전 등판이 나의 마지막 경기가 될 줄 몰랐다. 이렇게 된 거 잠실 팬 들 앞에서 한 번 더 던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등판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는 동료들 때문이다. 켈리는 “팀 동료들이 5년 반 동안 특별하고 감사했는데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을 하면서 켈리는 다시 한번 감정이 북받쳤는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마지막 이유는 상대가 ‘잠실 라이벌’ 두산이었기 때문이다. 켈리는 올시즌까지 6시즌을 LG 소속으로 뛰어왔고 두산전의 의미를 잘 알았다. 개인 통산 두산전 22경기에서 13승7패 평균자책 2.77을 기록했다. 켈리는 “두산전에서 던지는 건 항상 즐겁고 신났기 때문에 한번 더 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가장 잊지 못한 순간은 한국시리즈다. 켈리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과 5차전에 선발 등판해 11.1이닝 3실점 2자책으로 29년만의 통합 우승을 이끌어냈다. 특히 5차전에서는 시리즈를 끝내는 호투를 펼쳤다. 켈리는 “그 경기에 나가서 던지고 승리 투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정말 특별했다”라고 말했다.

훗날 팬들에게는 인간적인 켈리의 모습이 더 부각되기를 바란다. 켈리는 “야구 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LG와 계약을 할 때까지만해도 KBO리그, 그리고 LG의 팬심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켈리는 “경험해보니까 팬심에 놀랐고 감명받았다”며 “그랬기 때문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고, 야구를 잘 했던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켈리와 작별하는 LG 선수단. 잠실 | 김하진 기자

켈리와 작별하는 LG 선수단. 잠실 | 김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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