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수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399호 도루에 성공했고, 내친김에 400호까지 내달렸다. LG 박해민이 개인 통산 400호 도루를 달성했다. KBO 역대 5번째 기록.
박해민은 21일 잠실 두산전 중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이날 하루에만 도루 3개를 성공했다.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 출루 후 2루를 훔쳤고, 이어 연속 땅볼로 홈을 밟았다. 8회 2사 후 볼넷으로 다시 출루한 박해민은 399호 도루와 400호 도루에 연달아 성공했다. 3타수 2안타에 1볼넷으로 3출루, 1타점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6-3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박해민은 “8회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이후 3루로 뛸 때는 기록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왕이면 홈 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우고 싶었고, 혹시라도 아홉 수에 엮여 스트레스받느니 할 수 있을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8회 2사 후 박해민이 출루하고, 타석에는 김범석이 대타로 나왔다. 아무리 뛰려고 해도 타자가 빠르게 공격하면 주자는 기회를 잡을 수가 없다. 박해민은 “범석이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다. 그냥 아이 컨택만 했다”면서 “범석이한테도 소중한 한 타석인데 ‘치지 마라’하고 얘기할 건 아니다. 그냥 지나치면서 한번 쳐다만 봤다”고 웃었다.
이날 두산 투수들은 피치컴을 사용했다. 다른 팀들도 이제 도입 초기지만 피치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피치컴이 박해민처럼 뛰는 주자에겐 어떤 영향을 줄까. 박해민은 “2루에서 3루로 뛰는 데는 오히려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사인 훔치기’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으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해민은 “예전에 예민하던 때는 ‘오른발부터 움직이면 몸쪽, 왼발부터 움직이면 바깥쪽’ 그런 얘기까지 나오고 했는데 (피치컴을 쓰면) 그런 부분이 없다”며 “오늘도 2루에서 계속 움직이다 스타트를 했다. 오해의 소지가 없으니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박해민은 타석에서 한동안 부진했고, 출루가 줄면서 도루 기회도 줄었다. 그러나 최근 타격감이 다시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날을 포함해 최근 6경기 동안 지난 17일 SSG전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쳤다. 박해민은 “좀 주춤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다시 뛸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타격감은 제가 봐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올 시즌 타격폼을 바꿨지만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이 “바꾸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바꿨다”고 강한 어조로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예전 폼으로 돌아간 상태. 박해민은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해보려고 하다가 폼이 왔다같다 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감독님 면담 이후로 좀 좋아진 것 같다. 앞으로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