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41·KIA)는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 전까지 총 네 차례 타석에 섰다. 그중 한 번 출루에 성공했다. 첫 타석에서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사구로 1루를 밟았다. 3-0으로 리드하던 3회 초엔 선두 타자로 나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5-0으로 앞선 4회초 2사 1·3루에선 1루수 땅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5-3으로 추격당하던 7회초 다시 한번 선두 타자로 나가선 바뀐 투수 한승혁에게 이날 두 번째 삼진을 당했다. 4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무안타에 그친 사이, 팀은 6회말 한화 김인환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얻어맞는 등 4실점 했다. 경기는 5-7로 뒤집혔고, KIA는 2점 차 열세로 9회초 마지막 공격을 시작했다.
한화는 마무리 주현상을 올려 이변 없이 승리의 마침표를 찍으려고 했다. KIA는 이날 휴식을 부여했던 김도영을 서건창 대신 투입했다. 선두 타자 김도영이 주현상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후속 타자 최원준이 볼넷을 골라 무사 1·2루가 되며 KIA도 경기 후반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고, 계속된 1사 1·2루에서 최형우가 이날 다섯 번째 타석에 섰다. 최형우는 제구가 흔들리던 주현상을 상대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다. 3B-1S에서 주현상의 체인지업이 몸쪽 낮게 떨어졌고 최형우가 이를 놓치지 않고 걷어 올렸다.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향해 쭉쭉 뻗어갔다. 타구를 쫓아가던 우익수 김태연이 멈춰 섰다. 경기 내내 잠잠하던 최형우의 역전 스리런포가 9회초 극적인 상황에서 터졌다. 대전 구장은 최형우의 이름을 연호하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KIA의 해결사는 역시나 최형우였다.
9회초 최형우의 홈런으로 재역전에 성공한 KIA는 9회말 전상현을 올려 8-7 승리를 지켰다. KIA는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6연승을 질주했다.
이범호 KIA 감독 감독은 경기 뒤 “최형우 선수가 해결사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9회 타순이 좋았기 때문에 승부처로 보고 대타를 기용했다”며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선두 타자부터 출루했기 때문에 기회가 만들어졌고, 최형우 선수가 홈런을 치며 경기를 뒤집었다”고 최형우를 수훈 선수로 꼽았다.
경기 후 만난 최형우는 “2구째에 비슷한 체인지업이 들어왔었다. 머릿속에 궤도가 그려졌고, 이 정도면 칠만하다는 생각이 딱 들었는데 마침 마지막에 그 공이 왔다”고 홈런 상황을 돌아봤다.
앞선 타석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팀원들을 믿었기에 크게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다. 최형우는 “1위 팀이고, 타자들이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제가 하루쯤 쉬어간다고 크게 부담은 없다”고 미소지었다.
2점 뒤진 채로 9회를 앞둔 KIA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최형우는 “지고 있더라도 분위기는 좋다. 그래도 여유가 있어서 지더라도 크게 부담은 없는 것 같다”며 “마침 (김)도영이가 대타로 나가니까 약간 ‘업’된 것 같다”고 전했다.
여유는 느끼되 방심하진 않는다. 최형우는 “가을야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9월까진 가야 할 것 같다”며 “계속 긴장하면서 시즌을 치러야 해서 설레발 칠 단계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