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본다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배우를 떠나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도 보고싶습니다.”(추창민 감독 외 5명)
고 이선균을 향한 그리움이 울려퍼진다. 곁에 없지만 그의 여운은 자리한 듯 모든 참석자가 ‘이선균’ 이름 석자에 뭉클해했고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고 이선균의 유작 중 마지막 개봉을 맞이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다.
22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는 추창민 감독을 비롯해 조정석, 유재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이 참석해 작품과 고 이선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고인을 추억하는 분위기는 담담했지만 무겁진 않았다. 시작은 추창민 감독이 알렸다. 추 감독은 “이선균과 처음 작업하면서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느냐’라고 물었다. 그러니 조정석 때문이라고 하더라. ‘조정석이 좋다. 이 배우와 같이 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미 훌륭한 배우임에도 아직 호기심이 있고 배우는 자세로 연기하는 태도가 날 놀라게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선균이 맡은 ‘박태주’ 역에 대해 “극중 인물인 박태주는 박흥주라는 실존인물을 가공해서 만든 캐릭터인데, 취재를 해보니 좌우진영을 나누지 않고 이 사람에 대해선 군인적, 인간적으로 칭찬이 자자했다. 이런 사람이 역사적 사건에 휘말렸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그걸 어떻게 볼지를 이선균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조정석은 이선균의 출연 이유를 예상치 못했던 듯 눈물을 닦아냈다. 이어 “형(이선균)은 정이 많은 사람이다. 촬영하면서 단 한번도 즐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내가 장난기가 많아서 장난치면 다 받아주는 좋은 형이었다. 촬영 현장에선 그 누구보다도 집념이 대단했다. 그래서 연기하는 순간에는 뜨거웠고, 연기가 종료되는 순간엔 굉장히 따뜻했던 사람이다. 지금도 보고 싶다”며 “굉장히 많이 의지했다”고 화답했다.
여러 작품에서 함께해온 유재명은 “이선균이 나보다 한살 어린데, 항상 날 놀렸다. ‘형은 촌스럽다’고. 내가 성격이 활달하거나 세련되지 않아서 이선균에게 구박을 받을 때마다 조정석도 같이 놀리더라”고 농담을 던진 뒤 “추억이 많다. 한살 한살 먹으면서 좋은 추억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나는 요즘인데 이선균을 떠올리면 멋진 친구이자 좋은 동료였다. 보고 싶다”고 그를 추억했다.
전배수 역시 “이선균과 ‘킹메이커’ 이어서 바로 ‘행복의 나라’를 함께 했는데 그때도 그랬고 늘 한결같았다. 같이 있으면 무심한 듯 있지만 소외된 친구들을 챙긴다. 그런 점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들에 감동받았던 동생이다”며 보고싶은 마음을 전했다.
조정석은 이번 영화로 이선균의 또 다른 면을 확인할 수 있을 거로 자신했다. 그는 “이선균의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묵직하고 진중한 연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선균이 분장하고 테스트 촬영할 때부터 그 진심이 많이 느껴져서 어쩔 땐 그 시대 살았던 인물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아무리 친한 형이더라도 눈빛과 분위기에선 캐릭터 모티프였던 박흥주 대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선균의 새로운 캐릭터 변신을 볼 수 있을 거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재명 역시 “우리 작품의 제목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신념, 진실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행복은 무엇이고 어떤 게 행복한 나라인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다. 많이 보러 와달라”며 “이선균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을 텐데 많이들 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다음달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