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72시간의 마법’이다. 무엇이 그렇게 그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을까.
JTBC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My Name Is 가브리엘·이하 가브리엘)이 5회까지 방송을 탔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PD와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을 거쳐 ‘혜미리예채파’ 등을 연출한 이태경PD가 공동 연출한 프로그램은 지구 80억의 인류 중 누군가의 삶 72시간을 바꿔 사는 콘셉트의 ‘라이프 스왑(Life Swap)’ 장르의 프로그램이다.
이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합창단을 지휘했던 루리, 박보검의 삶이 그려졌고, 지난주 태국 치앙마이에서 솜땀 장수로 한 가정을 지탱했던 우티, 박명수의 72시간이 끝났다. 또한 곧 중국 충칭에서 700석 테이블을 자랑하는 훠궈집 매니저로 일하는 치엔윈, 염혜란의 72시간도 끝날 예정이다.
이들 세 명은 하나 같이 다 다른 취향을 갖고 있지만, 72시간을 끝내는 순간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MBTI 대문자 ‘F’로 추정되는 박보검은 감동적인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고, 염혜란은 심지어 다른 사람의 영상을 보다가도 눈물을 훔쳤다.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난주 개그맨 박명수의 눈물이었다. 박명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이성파’로 불리는 ‘T’의 모습을 유지해왔다. 과거 ‘무한도전’의 댄스스포츠 특집에서 멤버들 모두가 도전을 끝내고 오열할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아 어색해했던 그다.
하지만 치앙마이에서의 72시간이 끝나고 가족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스튜디오에서 보던 박명수의 눈시울을 젖어 들었다. 그는 예정에도 없던 유아차를 사서 자신이 분했던 우티의 가족들에게 전했고, 이후에도 가족들을 초대하거나 치앙마이에서 만나겠다는 기약을 남겼다.
이 모든 것들은 제작진이 자세하게 준비한 몰입을 위한 설정 때문에 가능했다. 일단 출연자에게 제일 맞는 상황을 상정한 제작진은 나라와 지역을 골라 현지 코디네이터를 통해 적당한 후보를 골랐다. 그리고는 제작진이 직접 그 나라로 날아가 면담을 했다.
‘가브리엘’을 보면 몰입을 위해 그 가족뿐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에게까지 프로그램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출연자들의 캐리커처가 가까운 곳에 붙어있고, 가족사진 역시 세심하게 합성돼 바뀌어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서 당황하던 출연자들도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구성원들이 익숙한 듯 따뜻하게 맞아주자 금세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보검의 합창단 동료들이, 박명수의 시장 친구들이 그리고 염혜란의 훠궈집 동료들이 이를 도왔다.
보통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몰입에는 도움을 주지 않는 어색한 기운을 걷어내고, 늘 만나던 사이처럼 출연자들을 환영하는 현지의 사람들 때문에 출연자들은 금방 타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마지막에는 서운함의 눈물을 보일 수 있었다.
스튜디오의 구성 역시 출연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제작진은 김태호PD 예능에 다수 등장했지만 이후 ‘나는 SOLO’ ‘효자촌’ ‘나는 SOLO 사랑은 계속된다’를 통해 스튜디오 예능 공감 토크의 실력자로 떠오른 데프콘과 함께 많은 콘텐츠를 통해 공감에 능했던 여성듀오 다비치 강민경, 이해리를 섭외했다.
이들이 먼저 상황을 공감하고, 적극적인 리액션을 했기에 출연자들의 당시 상황 몰입도 훨씬 빨라졌다. 이는 결국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던 박명수의 감정도 움직였다.
‘가브리엘’은 물론 2011년 ‘무한도전’에서 다뤘던 ‘타인의 삶’ 특집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기획 당시에는 ENA ‘눈떠보니 OOO’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호PD는 그 진정성을 자신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 한 번도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명수 형의 눈물’ 그 진귀한 장면이 그 증거라면 증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