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의 전 대표인 가수 김민기가 지난 21일 별세했다.
학전은 22일 김민기가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고, 통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20일 오전 자택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조카인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이날 긴급 간담회를 진행해 향후 장례 절차 등을 안내했다. 김 팀장은 “어제 서울대병원에 안치했고, 많은 손님이 오실 거로 생각돼서 호실을 기다리다 보니까 오늘 오후 12시 30분부터 조문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발인은 수요일 오전 8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의 요청으로 장례식 내부는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김 팀장은 “빈소 안에서 촬영 스케치를 못 해 답답하실 텐데, 가족이 온전히 가시는 길을 보내고 싶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고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취가 남아있던 학전터를 둘러보고 떠날 예정이다. 김 팀장은 발인에 대해 “현재 학전 소극장은 없어졌지만, 다행히 이를 위탁 경영 하는 곳에서 양해를 구해주셔서 발인 날, 장지에 가기 전 학전의 마당과 극장을 둘러보고 갈 수 있게 됐다. 오전 8시에 서울대에서 출발해서, 소극장에 도착한 후 마당까지는 함께 가려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작곡가이자 공연장 학전을 설립한 극연출가로서 시대의 등불이 됐다. 생전 백상예술대상 음악상, 한국평론가협회 음악극 부문 연극상, 서울연극제 극본상 및 특별상,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문화훈장 은관 등을 수상하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1990년대부터는 공연 기획자이자 연출가로 대학로 문화를 바꾼 선구자기도 했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세웠고,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학전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최초의 라이브 뮤지컬·장기상설공연 등 기록으로 국내 뮤지컬의 이정표가 됐다. 해당 작품은 현재 영화·드라마·뮤지컬계를 주름잡는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등 쟁쟁한 배우들 또한 거쳐 간 작품으로, 누적 관객 7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학전 또한 대학로의 상징으로, ‘개똥이’ ‘의형제’ 등 창작 뮤지컬 공연도 이어갔고, 고(故) 김광석,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 가수들의 콘서트도 진행했다. 또 2004년부터는 어린이 공연에 집중하며, 어린극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경영난을 겪었고, 2013년에는 학전 그린소극장을 폐관했으며 지난해에는 김민기의 위암 진단과 함께 학전 블루소극장의 폐관 또한 결정됐다. 33년간 총 359편의 작품을 기획·제작했던 학전은 결국 지난 3월 길었던 역사의 막을 내렸다.
학전이 있던 자리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청소년극 중심의 공연장을 개관했다. 내년부터는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를 이을 작품을 공모한다. ‘지하철 1호선’ 등 대표 작품들을 공연할 계획도 있었으나, 고인이 ‘내가 만들고 뿌린 씨앗은 내선에 정리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사양해 공연하지 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