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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터 둘러보고 발인” 故 김민기, 한국 문학사 큰 별 지다

입력 : 2024.07.22 16:22
학전 김민기 대표 빈소. 2024.07.22 학전 제공

학전 김민기 대표 빈소. 2024.07.22 학전 제공

학전의 전 대표인 가수 김민기가 지난 21일 별세했다.

학전은 22일 김민기가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고, 통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20일 오전 자택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조카인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이날 긴급 간담회를 진행해 향후 장례 절차 등을 안내했다. 김 팀장은 “어제 서울대병원에 안치했고, 많은 손님이 오실 거로 생각돼서 호실을 기다리다 보니까 오늘 오후 12시 30분부터 조문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발인은 수요일 오전 8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의 요청으로 장례식 내부는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김 팀장은 “빈소 안에서 촬영 스케치를 못 해 답답하실 텐데, 가족이 온전히 가시는 길을 보내고 싶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학림다에서 가수 김민기 별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7.22. 정지윤 선임기자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학림다에서 가수 김민기 별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7.22. 정지윤 선임기자

고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취가 남아있던 학전터를 둘러보고 떠날 예정이다. 김 팀장은 발인에 대해 “현재 학전 소극장은 없어졌지만, 다행히 이를 위탁 경영 하는 곳에서 양해를 구해주셔서 발인 날, 장지에 가기 전 학전의 마당과 극장을 둘러보고 갈 수 있게 됐다. 오전 8시에 서울대에서 출발해서, 소극장에 도착한 후 마당까지는 함께 가려 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한 작곡가이자 공연장 학전을 설립한 극연출가로서 시대의 등불이 됐다. 생전 백상예술대상 음악상, 한국평론가협회 음악극 부문 연극상, 서울연극제 극본상 및 특별상, 제3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제6회 한국뮤지컬대상 특별상,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 대중문화예술상 문화훈장 은관 등을 수상하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학전 김민기 대표. 2024.07.22. 학전 제공

학전 김민기 대표. 2024.07.22. 학전 제공

1990년대부터는 공연 기획자이자 연출가로 대학로 문화를 바꾼 선구자기도 했다. 1991년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세웠고,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학전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최초의 라이브 뮤지컬·장기상설공연 등 기록으로 국내 뮤지컬의 이정표가 됐다. 해당 작품은 현재 영화·드라마·뮤지컬계를 주름잡는 황정민, 조승우, 설경구 등 쟁쟁한 배우들 또한 거쳐 간 작품으로, 누적 관객 7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학전 또한 대학로의 상징으로, ‘개똥이’ ‘의형제’ 등 창작 뮤지컬 공연도 이어갔고, 고(故) 김광석,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 가수들의 콘서트도 진행했다. 또 2004년부터는 어린이 공연에 집중하며, 어린극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2011년 학전 개관 20주년을 맞아 찍은 단체 사진. 학전 제공

2011년 학전 개관 20주년을 맞아 찍은 단체 사진. 학전 제공

그러나 공연시장이 커지면서 경영난을 겪었고, 2013년에는 학전 그린소극장을 폐관했으며 지난해에는 김민기의 위암 진단과 함께 학전 블루소극장의 폐관 또한 결정됐다. 33년간 총 359편의 작품을 기획·제작했던 학전은 결국 지난 3월 길었던 역사의 막을 내렸다.

학전이 있던 자리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청소년극 중심의 공연장을 개관했다. 내년부터는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를 이을 작품을 공모한다. ‘지하철 1호선’ 등 대표 작품들을 공연할 계획도 있었으나, 고인이 ‘내가 만들고 뿌린 씨앗은 내선에 정리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사양해 공연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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