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유퉁이 삭발을 했다. 지난 19일 일이다. “더이상 머리를 기르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혹자 워낙 튀는 일이 잦은 그의 돌출 행동에, ‘무슨 일이 있나’ 살필 아량 없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토로할 순 없다. 어찌 보면 유퉁의 업보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밀기 전, 유퉁의 애는 이미 끊겼고, 그의 숨은 단전에서 멈췄다.
망부석은 남편과 아내에 대한 오마주다. 그의 삭발은 특별할 것 없는,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을 지켜내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해행위다. 망부석처럼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어, 결단한 것이 그나마 삭발인 셈이다.
그에 비해 몽골에서 온 딸 미미에게 아주 특별한 잔혹한 악플이 이어졌다. 미미의 코리안드림은 잔혹 드라마가 됐다. 무리를 이룬 18명의 그들은 유튜브 후원금으로 1원씩 내 욕지거리를 댓글 창에 아로 새기며 막장 드라마를 만들었다.
여성 성기를 이르는 말을 일상어로 썼고, 그 상징을 대상으로 다양한 동사로 활용어를 비틀어 스스로 만족감을 채웠다. 미미의 신체를 수많은 요리 레시피로 인용한 그들은, ‘미슐랭’이 아니 미친놈 인증을 해내며 스스로 별 딱지를 붙였다.
윤동주의 ‘서시’에 빗대 증오를 각인해도, 야멸찬 그들의 선동은 옹이처럼 박혀 삭혀질 리 없다.
“(전과자를 이르는)별 하나의 추잡과 별 하나의 사탄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 하나의 변태와, 별 하나의 나(유퉁)와 별 하나의 (딸)미미…”
삭발한 유퉁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분노했고 끝내 쓰러졌다. 20일 김해 한 병원의 응급실에 입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들의 쾌재가 그의 머릿속을 휘감아 도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 인근에 차고 넘치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에 각성했다. 유퉁에게 ‘진격의 거인’이 오버랩된다. 그는 악플과의 전쟁에 나서겠단다. 주변의 지인들도 공분했고, 그에게 힘을 보태겠단다. 사발통문과 같은 그들의 응원이 전화로, 문자로, 카톡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금 이 시각에도 그놈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살인마다. 철저하게 신중하게 빈틈없이 잡아야 한다. 절대 용서도 자비도 하면 안 된다. 끝까지 가야 한다.”
이런 답글이 부지기수다. 흔히 ‘생각 없는 10대들이 주로 악플을 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경찰에 적발된 악플러들을 보면 40~50대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사람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짜릿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유퉁은 ‘인터넷 악플 미미법만들기 운동본부’를 만들고자 한다. 유퉁에게 악플과의 전쟁은 사명이 됐다. 그의 길에 함께 하는 자와, 세상을 바꾸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