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하는 강팀들에 폭우는 불청객이다. 사전에 준비한 세밀한 패스 게임으로 풀어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교 축구 최강팀을 가리는 제57회 대통령금배 우승 후보들에게도 장마철 장대비가 반가울 리 없다.
23일 충북 제천시 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대회 20강 토너먼트 대진 추첨 결과, 우승 후보로 꼽히던 팀들끼리 바로 맞붙는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올해 2개 대회에서 우승한 경기 평택진위만 3조 1위 경북 예일메디텍고와 맞붙을 뿐, 디펜딩 챔피언 서울 영등포공고와 직전 대회 준우승팀 서울 보인고는 다른 조 2위와 대결한다. 여기에 올라오는 상대 팀들은 16강 결정전을 한 번 더 치러야 해 체력적으로도 유리하다. 우승 후보 간 맞대결은 8강에 가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승 후보 팀들은 얼마나 스스로 기대치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등포공고 김재웅 감독은 날씨를 최대 변수로 꼽으면서 “조별리그 1차전 경기 안양공고전처럼 물이 고이는 건 우리에게 너무 악조건이다. 우리 축구는 전방에서부터 빌드업으로 풀어나가는 건데 물이 고여 있으니 뻥 때리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영등포공고는 좌우로 크게 휘젓는 방향 전환 패스, 강한 전방 압박 이후 상대 진영에서 빠른 쇼트패스 게임으로 풀어나가는데 볼이 자주 멈추면서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김 감독이 기대를 거는 선수는 미드필더 김현우다. 센터백 임현석의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 원래 서던 위치보다 훨씬 밑으로 내려와 최종 수비라인을 보호하고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곧잘한다.
보인고 심덕보 감독도 날씨를 변수로 꼽았다. 그는 “날씨가 갑자기 더웠다가 비가 오고 습도도 높으니 선수들이 집중하기 어렵다”며 경기력 저하를 걱정했다. 중원의 핵인 주장 이창우가 19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돼 대회 기간 중인 오는 29일에는 빠져야 해 이후부터 100% 전력으로 맞설 수 없어서 더욱 아쉽다. 윙어와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모두 볼 수 있는 백가온을 핵심 공격수로 꼽으면서 “최근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몸이 더 올라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택진위 고재효 감독은 “비만 오지 않으면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이 잘 맞아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역습만 조심한다면 예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양쪽 사이드백들이 좋아 측면 공격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빠른 템포와 촘촘한 공수 간격, 김태형을 비롯해 공격진들이 고루 골 맛을 본 것이 반갑다. 평택진위는 지난 20일 경기 골클럽과의 경기에서 무려 14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을 결정 지어놓고 체력 관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