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진기록이 나온다. 김도영(21·KIA)이 갈수록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다가서고 있다. 뚜렷한 대항마도 없이 성큼성큼 질주를 이어간다.
김도영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전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1회말 유격수 왼쪽 내야 안타, 3회말 우중간 2루타, 5회말 좌중간 3루타에 이어 6회말에는 2사 1루에서 좌월 홈런을 때렸다. 사이클링 히트 중에서도 1루타-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로 치는 ‘내츄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리그 역대 31번째 사이클링히트로, 내츄럴 사이클링히트는 1996년 김응국 이후 28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당시 김응국은 안타-유격수 땅볼-2루타-3루타-홈런으로 5타석 만에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역대 최초로 4타석 만에 순서대로 다 쳐 사이클링히트를 만드는 희귀한 기록을 리그에 선사했다. 최소타석 사이클링히트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개막 이후 기록 행진 중이다. 그것도 리그 역사에 남을 굵직한 기록들을 거의 매달 내놓고 있다. 4월에는 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했고, 5월에는 장염을 앓고 기운이 빠져 잠시 주춤하면서도 월간 타율 0.326를 찍은 뒤 6월에는 20홈런-20도루 고지를 밟았다.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것은 리그 역대 5번째 기록이다. 4월과 6월에 KBO 월간 MVP를 차지한 김도영은 이어 7월에는 내츄럴 사이클링 히트까지 내놓으면서 2024년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김도영은 일찍부터 올시즌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혀왔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갈수록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쉬지 않고 기록들을 내놓으면서 타격 각 부문 상위권도 쓸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NC전에서 5타수 4안타 2타점 3득점을 더한 김도영은 시즌 타율 0.354로 25홈런 71타점 97득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 1위, 장타율 1위(0.643)에 타율 3위, 홈런 2위, 안타 2위(129개), 출루율 3위(0.423)에 올라 있다.
현재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멜 로하스 주니어(KT), 카일 하트(NC) 등이 각자 2개 이상 부문에서 선두권에 있지만 김도영처럼 이렇게까지 여러 부문에서 두루 상위권을 차지하는 선수는 투·타를 통틀어도 보이지 않는다. 기록에 있어서도 최정(SSG), 최형우(KIA), 양현종(KIA) 등 누적된 통산 최다 기록을 쓰는 레전드급 선수들이 있지만 김도영처럼 한 시즌 활약을 상징하는 강렬한 기록은 달리 나오지 않고 있다.
MVP 평가 기준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팀 성적과 기여도에 있어서도 김도영은 압도적인 강점을 가졌다. KIA는 23일 현재 2위 LG를 6.5경기 차로 앞서 선두를 질주 중이다. 후반기 시작하면서 팀 타격이 더욱 폭발, 무서운 기세로 전환해 독주 체제로 가고 있다. KIA가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 최전선에 바로 김도영이 있다.
김도영의 MVP 경쟁력이 압도적인 것은 계속해서 기록을 더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먼저 100득점이 눈앞이다. KIA가 95경기를 치른 가운데 김도영은 93경기에 나가 97득점을 올렸다. 3득점만 더하면, 현재 만 20세 9개월인 김도영은 1998년 이승엽(22세 1개월 15일)을 뛰어넘고 역대 최연소 100득점 선점 기록을 달성한다. 또 5경기 안에만 3득점을 보태면 1999년 이승엽과 2015년 에릭 테임즈(이상 99경기)를 넘고 역대 최소경기 100득점 기록까지 동시에 세울 수 있다.
현재 득점 페이스라면 2014년 서건창(당시 넥센·135득점)이 201안타를 치면서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도 뛰어넘을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25홈런 29도루를 기록 중이다. 최연소 30홈런-30도루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홈런-30도루까지 완성한다면 그야말로 MVP 확정타가 된다. 남은 경기 안에 극적으로 반격하는 대항마가 나오지 않는 한 MVP는 일찍부터 김도영에게로 기우는 흐름이다.
홈런만 치면 사이클링히트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타석에 나가 홈런을 의식하면서도 특정 공을 노려치지는 않을 정도로 김도영은 완전히 안정된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날 NC 계투 배재환의 슬라이더를 당겨 홈런을 쳐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한 김도영은 “(홈런 친 타석에서) 기록 가능성을 의식하기는 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타석에서 신경써야 할 것에만 집중했다. 나는 타석에 들어가면 존과 타이밍만 생각한다. 노림수보다는 존에만 신경 썼다. 그 앞에도 계속 슬라이더가 들어와서 그냥 존에만 들어와라 하고 있었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고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뒤 국가대표로 나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손가락이 골절돼 긴 재활을 하고 올시즌 전 타격훈련 자체를 매우 늦게 시작한 김도영은 개막 직후 한동안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그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4월 중순부터 폭발적인 타격을 하면서 MVP로 향하고 있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과정은 괜찮았기 때문에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었다. 캠프 때부터 준비했던 부분을 적용하고 키워가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같은 대기록도 달성할 수 있었다”며 “30홈런-30도루도 의식하지 않고 지금처럼 팀이 필요로 하는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