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등록은 감독 하나, 선수 엔트리는 단 20명.’
제57회 대통령금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를 단출한 선수 구성으로 찾은 강원 상지대관령고가 팀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대회 16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상지대관령고는 지난 24일 충북 제천 제천축구센터에서 열린 대회 16강 결정전에서 7골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인천 강화스포츠클럽 U18에 4-3으로 승리했다. 강한 빗줄기 속에 전반 자책골을 한 골씩 주고받으며 2-2로 맞선 두 팀의 경기는 후반 초반 갈렸다. 상지대관령고는 후반 6분과 9분에 김수영, 윤세민의 릴레이 골로 승기를 잡았고, 강화스포츠클럽의 추격을 1골로 막아내면서 감격적인 승리를 안았다. 폭우 속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상지대관령고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상지대관령고는 이번 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팀이다. 대회 입상 경험도 전무할 뿐 아니라 선수단 엔트리는 20명으로 대회 출전팀 중에 가장 적은 팀 중 하나(최소팀 18명)였다. 상황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전임 신기동 감독이 K4리그(4부) 평창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코치였던 이정호 감독이 불과 얼마 전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이번 대회는 코칭스태프 구성도 제대로 안돼 이 감독이 홀로 팀을 지휘했다. 출전팀 대부분은 최소 2명 이상의 코칭스태프로 구성된다. 각 포지션별 맞춤형에 피지컬 코치까지 5~6명의 규모로 운영되는 팀도 많다.
상지대관령고는 조별리그에서 2무, 승점 2점(2골 2실점)의 성적으로 어렵게 20강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날 난적 강화스포츠클럽을 상대로 새 역사를 썼다. 상지대관령고의 전국대회 16강 진출은 팀 역사상 최고 성적이다. 이 감독은 “솔직히 상대 전력도 좋았고, 팀 여건상 16강에 오른다고 기대할 수 없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며 기뻐했다. 강한 빗줄기가 오가는 짓궃은 날씨도 언더독 상지대관령고에 도움이 됐지만 상지대관령고의 투지와 집중력, 간절함이 상대에 앞섰다. 3학년 주장 최준희가 경기 도중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당한 악재도 극복해냈다.
오른쪽 풀백으로 상대 파상공세를 투지 넘치는 수비로 막아낸 2학년 김수영은 “제가 알고 있는 우리 팀 역사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오른 것”이라고 감격을 표현하며 “감독님이 혼자 팀을 이끄셨는데 모든 팀원들이 하나가 돼 승리할 수 있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수영은 “경기에서는 늘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뛰는데 오늘은 토너먼트니까 더 집중하려고 했다. 내 위치가 더 파이팅이 필요한 위치라 더 열심히 소리치면서 뛰었다”며 “당장 16강전도 잘 치르고 싶고, 내년에 금배에 올 때는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팀, 만만히 보지 않는 팀으로 오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은 이어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즐기면서, 부상없이 하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국가대표도, 해외 진출 꿈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상지대관령고는 동계 스포츠로 유명하다. 그에 비해 축구는 아직 높은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있다. 강릉 제일고, 강릉 중앙고, 강릉 문성고 등 고교축구 강팀들이 집중된 강원도에서 2009년 창단한 상지대관령고는 고군분투 중이다. 결국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경쟁력있는 선수층을 만드는게 숙제다. 2021년 창단한 평창 유나이티드의 유스팀이 된 것은 향후 팀 발전에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