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치매는 고령화와 함께 점점 더 중요한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의 전반적인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으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도 큰 부담을 준다.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수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50~70대, 1만 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
일반적으로 수면 시간 중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뇌가 쉬면서 회복한다. 낮 동안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경 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하며, 기억을 정리한다.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는 뇌척수액이 뇌를 청소하는 과정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2013년, 뇌의 활동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청소 체계인 ‘글림프 시스템’이 발견되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글림프 시스템’은 잠을 잘 때 작동하고 깨어 있으면 억제된다. 깊은 수면을 잘수록 더울 활성화되는 뇌 세척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노령층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독성 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글림프 시스템이 작동하면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사이로 침투해 쌓인 노폐물을 쓸어가며, 이후 목에 있는 림프계와 합류하고 림프액이 정맥에 있는 혈액과 합쳐지면서 간에서 분해되고 재활용되는 메커니즘이다.
수면은 흔히 렘(REM)수면과 비렘(non-REM sleep)수면으로 나뉘며, 잠이 들면 먼저 비렘수면이 오래 지속된 뒤, 꿈을 꾸는 시간이라는 렘수면이 나타나게 된다. 뇌의 ‘글림프시스템’은 수면 가운데서도 비렘수면에서 작동한다. 바꿔 생각하면 잠이 들면 일단 뇌 청소부터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낮에 버티다 밤에 잠이 들면 비렘수면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뇌 활동을 억지로 하게 되었을 때 청소할 물질이 많아진다는 것을 반증한다. 나이가 들면 비렘수면의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깊이도 얕아지는데, 그 결과 뇌의 노폐물의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행성신경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좋은 수면이란 자는 동안 뇌가 깨지 않게 만들어 뇌가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나는 잠을 잤다고 생각하지만, 검사를 해 보면 수없이 깨는 경우를 보게 된다. 좋은 수면을 위해서는 좋은 수면습관과 안락한 환경이 필수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잠자는 환경은 조용하고 어둡게, 침대는 잠을 자는 장소로만 사용하고, 깨어 있는 동안 식사나 전화, 독서 등은 침대 위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잠을 잘 때는 전자 제품(핸드폰, 라디오, 전자시계 등)을 꺼두고 30분 넘도록 잠에 들지 못하면, 잠자리에서 나오는 것이 오히려 좋다. 몸을 이완한 후, 가볍고 짧은 내용의 책을 읽는 등 조용한 활동을 졸리고 피곤할 때까지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