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우승 퍼트를 하면서 많은 생각이 지나갔어요.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윤이나가 올시즌 3차례 준우승을 딛고 오구플레이 징계해제후 첫 우승을 거둔 뒤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물을 쏟아냈다.
윤이나는 4일 제주도 제주시 블랙스톤 제주(파72·663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첫 대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이고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강채연, 방신실 등 공동 2위(12언더파 276타) 3명을 2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22년 한국여자오픈(6월)에서 오구플레이를 범한뒤 한달 늑장신고로 3년 출전금지 중징계를 받았다가 절반으로 감경받아 지난 4월 그린에 돌아온 윤이나는 그해 에버크라운 퀸즈크라운(7월)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둔 이후 2년여 만에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윤이나는 올시즌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6월)과 롯데 오픈(7월)에서 연장전 끝에 물러난 것을 포함해 3차례 2위를 넘어 첫 우승을 신고했다. 상금 1억 8000만원을 거머쥔 윤이나는 올시즌 대상(315점)과 상금(7억 3143만원)에서 모두 2위로 올라서 양부문 선두 박현경(대상 370점, 상금 9억 1860만원)을 바짝 압박했다.
2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선 윤이나는 2위 강채연과 2타차로 출발한 이날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5타차로 앞서 나가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13번홀(파3)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1타를 잃고 이후 강채연, 방신실, 박혜준이 끝까지 따라붙었지만 2타차 우위를 뺏기지 않았다.
윤이나가 18번홀(파5)에서 마지막 퍼트를 넣자 플래카드를 든 열성팬들이 환호했고 한진선, 유해란, 방신실, 강채연, 서어진, 박혜준 등 동료선수들이 나와 물을 뿌려주며 축하했다.
윤이나는 우승직후 인터뷰에서 “저의 실수와 잘못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렸는데 그후 많은 분들의 응원과 격려로 우승하게 돼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울먹이며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겠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공식인터뷰에서 그는 “저에게는 힘들고 길게만 느껴진 시간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에 대해 고민했고, 그 동안 주변에서 제가 엇나가지 않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사랑해주셔서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었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에 힘이 돼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복귀 이후 그를 용서하지 못한 동료들 사이에서 마음고생을 크게 했던 그는 “오늘 저에게 우승 축하 물세례를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며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처음보다 많은 분들이 경기후에 수고했다, 잘 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더 밝게 인사하고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징계로 앞날이 불투명하던 시기에 국가대표 시절 읽었던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보며 큰 위안을 받고 힘을 냈다는 그는 이날 저녁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겠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