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랐던 금메달 대신 동메달을 목에 건 이우석(27·코오롱)은 눈물 대신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가 양궁의 고트(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라 부릴 만한 김우진(32·청주시청)이었기 때문이다.
이우석은 4일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사실 동메달 결정전은 긴장이 전혀 안 됐다. 마지막에 10점을 쏴야 하는 순간이 아마 세 번(실제로는 두 번)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화살을 쏠 때마다 10점 자신이 있었다”고 웃었다.
이날 이우석은 이번 대회 양궁 남자 3관왕에 오른 김우진과 만난 개인전 4강전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6(29-28 28-30 30-29 29-29 27-29 <9-10>)으로 졌다. 그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를 6-0(29-27 29-28 29-28)으로 손쉽게 꺾었기에 너무 이른 만남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우진도 금메달을 목에 걸은 뒤 “(이)우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으려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우석은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내며 경기를 치렀기에 아쉬움보다는 후련한 마음이었습니다. 위대한 선수와 맞붙었고, 슛오프까지 갔습니다. 원망은 없죠”라면서 “(김)우진 선수가 그렇게 말씀해준 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우석은 이번 대회에서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쓴 김우진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뛰어넘고 싶다는 의지도 표현했다.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이자 최초의 남자 3관왕에 올랐다. 유독 인연이 없었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이우석은 “김우진 선수가 지나가면서 ‘나 이제 고트라고 불려도 되겠지?’라고 말하길래 ‘그럼 제가 그걸 뛰어넘어볼게요’라고 말했다”고 웃었다.
흥미로운 것은 김우진이 자신을 양궁의 고트라 말하면서 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빗댔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마지막까지 금메달을 다툰 엘리슨을 띄워주는 발언이었으나 정작 누가 메시냐는 궁금증도 일었다. 이우석은 “두 사람이 메시고 호날두면, 난 음바페가 되겠다”면서 “김우진 선수는 당연히 메시다. (양궁의) 메시로 불릴 만 하다”고 말했다.
양궁의 음바페는 이제 메시가 쌓은 업적을 무너뜨리는 그 날을 향해 구슬땀을 흘린다. 당장 9월 시작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지켜야 한다. 이우석은 “힘들게 올라왔기에 이 자리에 안주하지 않겠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