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는 만큼, 계약 관련 잡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일명 ‘피프티 피프티 사태’로 불리는 전에 없던 논란의 전속계약 분쟁을 시작으로 ‘템퍼링’(연예인 빼가기)이 가요계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안을 고시했으나, 이후로도 중소와 대형 기획사를 가리지 않고 멤버들의 계약 이탈 사례가 속속 이어지며 가요계를 흔들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5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에 오르는 기적을 보여줬으나, 두 달여 뒤인 지난해 6월 멤버 전원이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해 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법원이 외주 업체의 멤버 빼돌리기를 주장한 소속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항고를 취하한 멤버 키나를 제외한 3인은 계약 해지로 흩어졌다.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 두 번째 데뷔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키나와 새 멤버 4인의 실루엣이 담긴 티저 영상이 공개됐고, 5일에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로운 로고 모션을 공개해 기대를 높였다. 소속사와 템퍼링 의혹을 받는 외주 업체와의 법정 싸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뒤를 이어 같은 시기 엑소의 첸, 백현, 시우민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및 공정위 제소 등 법적 대응을 알렸다가, 이내 엑소로서 단체활동을 이어가되 독립 법인 INB100 설립을 허락받으며 재계약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1년 만인 지난 6월, INB100이 ‘SM이 합의서를 무시하고 개인활동 매출의 10%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다시 갈등이 터졌다. SM 측은 ‘합의서에 스스로 날인했다’고 반박하며, INB100이 빅플래닛메이드엔터의 모회사인 밀리언마켓에 흡수된 점을 두고 앞선 갈등에서 언급했던 템퍼링 의혹을 다시 지적했다. SM은 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INB100도 정산금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대응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MBC 오디션 프로그램 ‘소년판타지: 방과후 설렘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를 앞뒀던 유준원이 수익 분배율 상향 조정 요구 및 팀 무단이탈로 갈등을 빚었다. 유준원 측은 제작사인 펑키스튜디오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지난달 초 일본에서 팬미팅을 진행하려다 결국 취소했다. 펑키스튜디오 측이 유준원에 제기한 3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달 25일 첫 변론 기일이 진행됐으며, 이후 공방을 이어간다.
그룹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재계약 이슈를 암시하는 돌발 퍼포먼스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 3일 (여자)아이들의 월드투어가 서울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소연은 솔로 무대를 통해 “11월 계약 종료, 누가 날 막아”라는 갑작스러운 개사 랩을 선보였다.
이후 소속사 측은 “(여자)아이들의 재계약 시기는 내년”이라고 밝히며, 소연의 무대는 단순 퍼포머스일 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 사이 민감한 ‘계약 종료’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단순 퍼포먼스라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가운데, 소연과 소속사 간의 계약 분쟁이 벌써 예고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졌다.
(여자)아이들이 지난해 ‘퀸카’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상승세를 탄 만큼, 팬들은 소연의 목소리가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