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이 계속되면서 프로야구 경기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일 울산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와 롯데의 경기가 KBO리그 최초로 취소가 됐다. 울산 구장은 인조 잔디가 깔려있어 열이 잘 빠지지 않는다. 잔디의 온도가 최고 50도까지 올라갔다는 현장의 전언이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폭염 취소는 울산구장의 이야기로만 국한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3일에도 폭염은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경기 개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울산구장에서는 김태형 롯데 감독과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개시에 난색을 표했다. 경기 전 잔디에 물을 뿌리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단순히 가라앉을 더위가 아니었다.
같은 날 잠실구장에서도 경기 개시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높은 온도가 이어졌다. 잠실구장 1루 더그아웃에는 온도계가 등장했다. 온도계의 숫자는 48도까지 가리켰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수들이 탈진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은 경기가 정상적으로 모두 진행됐다.
선수들은 더위를 호소했고 관중석에서는 온열질환을 호소한 사례가 쏟아졌다. 3일에는 잠실 키움-두산전을 보던 관중 중 5명이 온열질환을 호소했고 이 중 4명은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결국 폭염 취소를 피할 수 없었다. 4일 울산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 경기는 모두 폭염으로 취소됐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의 건강까지 고려한 조치였다.
더 심각한 건 당분간 더위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더위가 최소한 광복절 무렵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치명타다. 4일 열린 창원과 대구 경기에서는 선발 투수들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조기에 강판됐다. 창원 NC전에 등판한 KT 윌리엄 쿠에바스는 1이닝 4실점으로 교체됐다.
지난 2일 대전 KIA전에서 선발 등판했던 한화 김기중은 “이닝마다 물 500ml를 마시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수들도 수비 시간이 길어지거나 하면 경기 후에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기의 질도 떨어진다. 순위 싸움이 한창이라 경기의 집중력이 더 높아 체력적인 소모가 크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로 인한 우천 취소가 일정을 이어가는 데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는 여기에 폭염 취소까지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시즌 후 열릴 프리미어12 개최를 고려해 3월 개막을 했다. 6월까지 더블헤더를 편성하는 등 일정을 정상 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폭염이라는 변수가 작용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폭염 취소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점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프로야구는 2015년 폭염 규정을 제정해 더운 날씨로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다. KBO리그 규정 27조에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경기 개시 여부는 전적으로 현장에 있는 감독관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다.
경기 시간 조정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 하는 모습,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생각했었다”며 “기후 변화에 따라서 경기 시간도 탄력있게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