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m 속사권총 국가대표 조영재(25)가 사대에서 보여준 각 잡힌 경계 자세는 신분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오는 9월 19일 전역하는 국군체육부대 ‘병장’ 조영재는 표적지에 은빛 탄환을 꽂으며 한국 사격 르네상스의 완성을 알렸다.
조영재는 5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을 쏘면서 세계 최강자인 중국의 리웨이홍(32점)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올림픽에 출전한 조영재는 한국 25m 속사권총 사상 첫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또 한국 사격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로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3개·은메달 2개)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속사권총은 결선에서 4초 이내에 25m 거리 표적 5개에 각 1발씩 5발을 쏘아 1발당 표적 9.7점 이상을 맞추면 1점, 9.7점 아래면 0점을 얻는다. 빠르고 정확하게 총을 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종목이다.
한국 사격은 1960년 로마 올림픽부터 이 종목에 도전했으나 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조영재가 64년의 한을 풀어냈다”고 반겼다.
조영재는 경기도청 사격팀에 입단하면서 속사권총에 눈을 떴다. 한국체대 선배이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속사권총 2관왕인 김서준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속사권총 기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면서 25m 속사권총을 주 종목으로 바꿨는데,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다는 경사도 있었다. 특히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세계 신기록(593점)에 단 2점이 부족한 591점을 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해 국제 대회 기록은 낮지만 기량만 마음껏 발휘하면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배경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도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영재는 전날 본선에서 600점 만점 중 586점을 쏘면서 29명 중 4위로 6명이 참가하는 결선에 올랐다. 메달을 다툴 자격을 얻은 조영재의 첫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5발씩 쏘는 1~2시리즈에서 3발씩 표적지를 맞추면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조영재의 진가는 3시리즈에서 나왔다. 조영재가 5발 만발을 기록하면서 11점으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자신감을 얻은 조영재는 첫 탈락자가 나오는 4시리즈에서 4발로 1위로 올라섰다. 내심 금메달까지 기대했던 조영재는 이어진 5시리즈에서도 4발을 쏘면서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조영재는 본격적으로 메달을 다투는 6시리즈에서 그만 2발을 맞췄다. 하필이면 이 시기에 중국의 리웨이홍이 5발 만점을 쏘면서 23점으로 1위로 치고 올라갔다. 다행히 조영재는 7시리즈에서 3발로 또 다른 중국 선수 왕신제를 1점 차이로 따돌려 은메달을 확보했다. 조영재와 리웨이홍이 금메달을 다투는 마지막 시리즈는 다소 싱거운 결과로 끝났다. 리웨이홍이 먼저 5발을 모두 맞추면서 금메달을 확정했고, 조영재는 1발만 적중시키며 그제서야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