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한국 바둑의 최강자 신진서 9단이 국수산맥배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신진서는 5일 전남 영암군 영암군립 하정웅 미술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세계프로최강전 결승에서 대만의 라이쥔푸 8단을 상대로 296수 만에 백 반집패를 당했다.
국수산맥배는 신진서가 8회 대회 우승을 비롯해 이번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에 올랐을 정도로 강세를 보인 대회다. 비록 상대인 라이쥔푸가 이번 대회에서 박민규 9단, 판팅위 9단, 변상일 9단 등 강자들을 줄줄이 꺾고 결승에 오르긴 했어도, 신진서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람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초반 포석에서는 신진서가 우위를 점했는데, 중반 전투에서 라이쥔푸가 신진서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한 때 승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정도로 몰렸다. 그러다 라이쥔푸가 하변에서 성급하게 공격해 들어가다 실착을 범해 다시 신진서로 분위기가 넘어왔다.
하지만 종반 들어 다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라이쥔푸를 상대로 신진서가 실수를 연발했고, 결국 그렇게 라이쥔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신진서보다 2살 아래로, 현재 대만에서 쉬하오훙 9단 다음 가는 기사로 인정받는 라이쥔푸는 ‘거함’ 신진서를 잡아내며 국제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라이쥔푸는 “이번 대회에서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았지만 운이 좋아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올해 국제대회 경험이 많아졌지만 결승은 그래도 긴장됐는데 우승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하고 앞으로 더 노력해서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전라남도와 영암군·강진군·신안군, 전남교육청이 공동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며 한국기원과 전라남도바둑협회가 공동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