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16강전에서 브라질을 매치 스코어 3-1로 꺾은 6일. 이은혜(29·대한항공)는 취재진과 만나 “긴장을 많이 했나봐요. 경기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요”라며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생애 첫 올림픽 데뷔전을 혹독하게 치른 여파였다.
이날 이은혜는 단체전에서 2단식과 4단식에 출전해 1승1패를 기록했다. 첫 상대는 브라질의 간판스타인 브루나 다카하시.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20위의 톱 랭커로 올림픽이라는 첫 무대에 나선 부담감까지 겹치니 버겁기만 했다. 실제로 이은혜는 첫 게임을 8-11로 놓친 뒤 심판이 던져주는 공을 잡지 못할 정도로 흔들렸다. 2~3게임을 잡아내며 반격에 나섰지만 나머지 게임을 모두 내주면서 2-3으로 졌다.
다행히 이은혜에게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다. ‘맏언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가 브루나 다카하시의 동생인 줄리아 다카하시를 3-0(11-6 11-5 11-8)로 꺾으면서 매치 스코어 1점차 리드를 유지했다. 한숨을 돌린 이은혜도 오른팔이 없는 탁구 선수로 유명한 브루나 알렉산드레와 맞대결에선 제 기량을 발휘했다. 게임 스코어 3-0. 경기 시간은 단 22분에 불과할 정도로 압승이었다.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이)은혜가 좀 긴장했던 것 같은데, 금세 제 기량을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이은혜도 “몸이 좀 풀리고 적응을 마치니 해볼 만 했다”면서 “두 번째 경기에선 (벤치에 있는 오광헌) 감독님도, (신)유빈이도 계속 말을 해주니 편안하게 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올림픽은 확실히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라고 덧붙였다.
이은혜가 올림픽 데뷔전에 긴장한 것은 이 자리에 오는 길이 험난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허베이 출신으로 2011년 귀화한 그는 국가대표급 기량을 갖췄으나 유독 올림픽 운이 따르지 않았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체 3위(11승3패)라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귀화 선수를 2명까지만 선발하는 규정 탓에 태극마크를 얻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파리 올림픽 선발전에선 1위로 통과해 ITTF 단식 랭킹으로 직행한 신유빈(20·대한항공)과 전지희에 이어 3번째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은혜가 국가별로 단 2명만 개인전에 참가할 수 있는 올림픽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혼합 복식 역시 이미 신유빈의 출전이 확정돼 10일 가까이 훈련만 소화한 채 단체전에서 데뷔전을 기다려야 했다. 이은혜는 “한 경기 한 경기 다시 모든 걸 갈아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선을 다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었어요”라고 웃었다.
데뷔전을 잘 풀어낸 이은혜는 포디움에 올라서는 그 날을 꿈꾼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이 4강에서 만나기에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은 “언니들과 함께 메달을 하나 더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혜는 “유빈이가 한다네요. 믿어요. 해야죠”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