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을 정립하겠다는 ‘Made In Korea(MIK)’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6일 열린 MIK 워크숍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친선경기 관람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는 등 행보로 축구계 안팎의 엇갈린 시선을 받고 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MIK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축구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대표팀부터 유소년까지 아우르는 통일된 축구 철학을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능동적인 축구”,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 등 추상적인 표현을 넘어 MIK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던 6일 워크숍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감독 취임 기자회견 당시 취재 열기로 발디딜 틈 없었던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은 이날 한산했다. 각급 대표팀 지도자, 유소년 전임 지도자와 강사 등 현장의 축구 전문가들만 참석한 채 홍 감독의 발표로 시작됐다. 홍 감독은 울산 현대를 이끌고 K리그를 우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A대표팀부터 각 연령별 대표팀까지 입혀야 할 축구 색깔에 관해 설명했다. 빌드업 체계, 압박의 강도와 위치 및 템포 등에 대한 설명이 들렸다.
홍 감독은 최근 팀 K리그와 토트넘의 내한 친선경기 관람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U-19 대표팀의 평가전을 지켜보는 것으로 대표팀 감독 취임 이후 행보를 시작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K리그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점검할 기회를 건너뛴 것으로 MIK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홍 감독의 행보가 감독이라기보다는 클럽으로 치면 기술 디렉터나 단장에 가깝다며, 왜 감독이 해야 할 일들을 제쳐두고 MIK 프로젝트에만 매달리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MIK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홍 감독이 거세 비판 여론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봤다. 김 위원은 “축구 철학이라는 것이 자칫 잘못해서 선을 넘으면 고집이 될 수 있고,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면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온 장기적인 비전 부재와 단기 성과주의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MIK 프로젝트에 A대표팀 감독이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홍 감독은 9월 A매치 데뷔전을 앞두고 있지만, MIK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추진과 낙하산 논란 해소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홍 감독이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