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2)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자신이 아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협회가 뒤에서 선수 입을 막으려 했다는 결정적인 정황이 된다.
2024 파리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배드민턴 대표팀은 현지 시간 6일 밤 귀국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으로 이동했다. 안세영도 함께였다.
전날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뒤 “부상 과정에서 대표팀에 큰 실망을 했다”며 “더이상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히고 대표팀을 운영하는 협회에 대한 불만 사항을 공개적으로 밝힌 안세영은 이날 오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입상한 한국의 메달리스트들은 비행 일정 등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그러나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은 빠지고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정나은만 이날 참석했다. 문체부까지 나설 정도로 대한민국이 안세영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혔는데, 안세영은 없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협회 관계자도 한 명 오지 않은 채 김원호와 정나은만 참석해 관련된 질문까지 받아야 했다.
안세영은 이날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기자회견에 불참한 것은 (협회가) 대기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협회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알려진 것과 정반대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5일 밤 “안세영은 선수 본인 의사에 따라 불참한다”고 알렸다. 당초 이게 사실인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당일 행사에서도 대한체육회 홍보실은 “선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참석 여부를 확인했고 불참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가 먼저 불참하겠다고 한 건지 아니면 체육회가 먼저 물어본 것인지에 묻자 “물어보니 불참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세영의 말에 따르면 불참은 자신의 의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안세영의 불참 여부를 결정한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협회가 입을 꾹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의 발언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김원호-정나은이 참석한 자리 역시 협회 직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안세영에게 기자회견에 나가지 말라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추가 발언이 두려워 선수 입을 막으려 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체육회의 행보 역시 의문이다. “선수 의사가 중요해 물어보니 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설명은 안세영의 발언과 배치된다. 게다가 메달리스트의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은 매 올림픽마다 정례화된, 사실상 그동안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왔던 자리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세계 1위의 안세영이 이 자리에 불참한다고 했다면 체육회가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는 게 절차인데 선수와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
안세영의 입장도 확실치는 않다. “협회가 가만 있으라고 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지만 지난 밤 언론과 전화 통화로 인터뷰를 하고 SNS에 글까지 올렸다. 안세영은 ‘(기자회견에) 직접 안 온다고 했다는데 그게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복잡한데, 한국가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안세영이 협회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폭로를 하고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고만 한 채로, 협회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체육회는 뒷짐을 지고 있어 혼란만 커지고 있다.
안세영은 기자회견장에서 마음고생 한 김원호와 정나은에 대해서는 “축하를 받아야 하는 선수들이 축하받지 못해 미안하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자세한 것은 (법무)팀과 상의해야 한다. 한국에서 입장을 얘기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파문은 더 커질 예정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귀국하는 배드민턴 지도자 5명에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안세영의 부상 치료 등과 관련한 내용을 메모 형식으로 보고하라고 했다”며 “안세영의 주장을 들었지만 협회의 어떤 점에 서운했는지가 확실치 않고 주장의 근거가 모호하다. 그 부분을 살피기 위해 귀국하면 체육회 차원에서 협회를 확인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