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은 예상대로 단단하기 짝이 없었다.
한 고비만 넘기면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별렸던 한국 탁구는 다시 한 번 중국과 실력차를 확인해야 했다.
주세혁 감독(46)이 이끄는 한국남자탁구대표팀은 7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8강에서 중국에 매치 스코어 0-3으로 졌다.
혼합 복식에서 12년 만의 메달을 따낸 한국은 남자 단체전이 조기 탈락해 4강에 오른 여자 단체전이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가 됐다.
한국으로선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4회 연속 금메달을 독식한 중국과 너무 빨랐던 만남이 아쉬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은 올림픽 개막 기준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1위 왕추친과 3위 마룽, 4위 판전둥이 한 팀에 모였다. 2위인 량징쿤조차 중국 선수인데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으니 그 강력함을 짐작할 만 하다.
한국은 장우진(29·세아 후원)이 13위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조대성(22·삼성생명)은 21위, 임종훈(27·한국거래소)는 29위다. 한국과 중국의 실력차는 맞대결을 살펴보면 더욱 뚜렷한데 단식 상대 전적을 모두 합치면 한국이 중국에 5승 32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그나마 한국이 믿는 구석은 실력과 함께 선수들의 합이 중요한 복식이었다. 단체전은 복식 1경기와 단식 4경기로 승패를 겨룬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복식에서 점수를 따내고 시작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게 우리 선수들의 계산이었다. 장우진은 취재진과 만나 “마룽이 복식에서는 그렇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마룽의 짝으로 나올) 왕추친을 우리가 잘 막는다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복식조차 실제 대결에선 실력차가 확연했다는 사실이었다. 장우진과 조대성이 힘을 합친 복식에서 25분 만에 0-3(5-11 9-11 5-11)으로 완패했다. 패배도 패배지만 최다 점수차 리드가 단 2점에 불과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 개인의 기량이 전부인 단식에서 상대의 긴장을 끌어낸 것은 반가웠다. 임종훈이 판전둥과 2단식에서 첫 게임을 7-11로 내준 뒤 2게임에서 11-9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을 때는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임종훈이 3게임 상대에게 유리한 랠리 상황에서 5-7로 추격에 성공했을 때는 중국의 벤치 타임이 불려지기도 했다. 임종훈이 그 기세를 끝까지 살리지 못했으나 중국에 따라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장우진도 왕추친을 상대로 한 게임을 빼앗으며 자존심을 지켰다. 0-1로 끌려가던 2게임에서 11-6으로 이기면서 갈채를 끌어냈다. 그는 3게임 접전에서 8-11로 패배한 아쉬움을 4게임 8-8 접전으로 풀어내는 듯 했다. 그러나 9-10까지 쫓아가던 상황에서 마지막 리시브가 다소 길게 떨어지며 길고 길었던 올림픽 도전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