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완성차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방향성을 꼽는다면 단연 ‘전문성’(professionalism)이다. 무한경쟁 구도에서는 팔방미인격인 포괄적 모델보다는 평균 이상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 눈높이가 오른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끌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이 같은 ‘전문성 우위 비교’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카테고리·세그먼트별 차종 전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차종별, 세그먼트별 시장 리더 차량들을 순차 시승해 ‘원톱 플레이어’ 저 마다의 특징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이어 나간다.
국책과제실증용 ‘K5 LPG하이브리드’ 땅끝마을 1000km 국내 최초 장거리 시승
이번 회차에선 세상에서 단 한대 뿐인 ‘K5 LPG(액화석유가스)하이브리드’ 중형세단 일반 승용차를 만나 본다. 환경부가 국책개발 실증(환경기술개발사업)을 위해, 전직 현대차 연구진들이 모여 만든 전문기업 블루젠트와 협업해 개발한 차량이다.
총 5대가 지난해 8월부터 전국에서 테스트 중인데 이 중 4대는 지역별 법인 택시운송업체(유창상운(서울), 서경운수(인천), 신장택시(하남), 신진운수(천안))에서 가솔린하이브리드 택시와 비교하며 ‘택시’로 운용 중이며, 나머지 한대가 ‘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로 서울에서 달리고 있다. 이번 시승차량은 서울에서 운용 중인 바로 이 차량이다.
이 같은 ‘K5 LPG(액화석유가스)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대한LPG협회 도움 아래 경기도 북부권 파주 끝단에서 출발, 전라남도 해남 땅끝 마을 인근까지 편도 500km, 왕복 1000km 이상 장거리 주행을 국내 최초로 시승했다.
코스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당진, 서산, 보령, 서천, 변산반도, 고창에 이어 목포에서 해남으로 들어갔다 다시 돌아 나오는, 실 주행 시간만 12시간에 이르는 거리다.
테스트 목적은 첫째가 연비, 둘째는 장거리 주행시 안전성, 셋째는 LPG 출력 여부 갭차 및 편의성 등이다. 2023년형 K5 가솔린하이브리드 2.0 시그니처 트림 기반 모델에 LPG도넛탱크, LPG 솔레노이드 밸브 등 LPG 컨트롤 시스템 등을 올려 만든 차량이다.
실연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기존 가솔린하이브리드 K5 대비 주행 정숙성은? 결론부터 말하면 환경부가 국책과제로 ‘LPG하이브리드 중형세단’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누구나 급가속을 줄이고 주행한다면 가솔린하이브리드를 능가하는 리터당 환산 시 22~25km/l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리터당 가솔린(1700원대) 대비 저렴한 LPG충전단가(980원대)를 고려하면 ‘짠돌이 주행 궁합’의 끝단이라는 평가가 잘 어울리는 세단이다.
여기에 질소산화물 NOx 배출량은 통상 LPG차량이 0.006g/km로, 가솔린차(0.020g/km)보다 적고 경유차 배출량(0.560g/km)과 비교해 9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차 엔진 최고출력이 155마력에 19.7kg.m의 최대토크에 이르고, 전기모터가 최고출력 38.6kW를 보태 주면서도 말이다. ‘가솔린하브’ 대비 비교해 모자람이 없는 이유다.
LPG 장점, 가장 잘 살린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금~토요일 주말을 이용한 고속도로 테스트였기에 막히는 구간도 있었고, 가속 응답성 확인차 ‘에코 모드’를 일부 기간 사용치 않았음에도 실연비는 이 차 공인 연비 평균치 15.8km/l 를 줄곧 넘어섰다. 단 막히는 구간 순간 연비는 12~13km/l 수준. 동일 K5 가솔린하이브리드가 18~19km/l 대 공인연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순간 가속력도 우수해 1차선으로 추월을 시도해도 기존 K5 내연기관 베이스 실력이 우수해 굼뜨지 않고 잽싼 파고들기 실력을 보여준다.
실내 정숙성은 가솔린 보다 우월하다. 조용한 음악을 듣기에도, 뉴스를 경청하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는 LPG차량들 물성적(물리적 성질) 특유의 ‘강점’이다. 여기에 시그니처 트림 기반과 동일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허리 통증 유발이 없고 안정적으로 운전자를 잡아주었다.
차체 바디 강성 및 도어 결착부 설계 완성도가 우수해 외부 도로 차량들의 주행 간섭 노이즈, 하부 구동진동 등의 캐빈룸 인입 부분을 최대한 막아준다.
힘은 어떨까?
‘차가 일발 시동이 안돼요’, ‘힘이 딸려요’···.
이런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는 잊어버려도 좋을 가스차이자 하이브리드다. 총평은 ‘내연기관으로 중형세단의 연비 주행 끝단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걸맞겠다. 이 동일 차량을 택시로 운영 중인 법인택시 운영사들도 연비, 정숙성, 출력 면에서 가솔린 K5를 앞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조속히 양산화 단계를 거치기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원톱’의 등장이 ‘LPG하이브리드 세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