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구위에 확실한 동기부여로 무장한 조던 발라조빅이 체력 우려까지 불식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줄 이은 투수 부상 속에 순위 싸움 중인 두산도 새 희망을 찾았다.
발라조빅은 7일 잠실 LG전 5.2이닝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8-4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일 광주 KIA전 KBO리그 첫 승에 이어 2경기 연속 승리. 두산은 발라조빅의 역투를 앞세워 잠실 라이벌 LG를 연파했다.
라울 알칸타라 방출 후 두산이 새로 영입한 발라조빅은 계약 당시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키 1m96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직구 위력이 탁월했고, KBO리그에서 성공해 메이저리그(MLB) 선발 투수로 돌아가겠다는 동기부여 또한 분명했다. 다만 한가지, 마이너리그에서 이번 시즌 내내 불펜으로 뛰었던 그가 선발로 공 100개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남았다. 미네소타 산하 AAA팀에서 올 시즌 발라조빅이 기록한 1경기 최다 투구 수는 불과 44개였다.
첫 3차례 선발 등판만 해도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지난달 14일 삼성을 상대로 한 KBO 리그 데뷔전에서 발라조빅은 4.2이닝 1실점으로 5회를 마치지 못했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체력 부담이 커졌고, 경기 초반 비교적 안정적이던 제구가 흐트러졌다. 경기 중 비로 취소된 지난달 20일 2번째 등판은 최악이었다. 2회까지 홈런만 2개를 맞으며 6실점(5자책) 했다. 3회 폭우로 경기가 취소되며 기록은 남지 않았지만 우려가 더 커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첫 등판 93구를 던지고 5일을 쉬었는데 회복이 덜 된 것 같았다”고 걱정했다. 발라조빅은 3번째 등판인 26일 SSG전에서도 6이닝 4실점에 그쳤다. 삼진 11개를 잡았지만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3점 홈런을 맞으며 패전 투수가 됐다.
발라조빅이 살아난 건 이달 들어서다. 1일 KIA전 6.2이닝 무실점 완벽한 투구로 상대 선발 제임스 네일과 맞대결에서 이겼고, 7일 LG전까지 승리를 챙겼다. KIA전 102구, LG전 104구로 2경기 연속 100구를 넘겼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빠르게 체력이 붙는 모양새다.
이 감독도 발라조빅의 최근 호투를 높게 평가했다. 9일 LG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스태미너가 조금만 더 보충돼서 6이닝 정도만 던져줘도 아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발라조빅 특유의 거친 투구폼이 상대 타자들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줬다. 역시 150㎞ 중반대 빠른공을 던졌던 알칸타라와 비교해서도 발라조빅의 손을 들었다. 이 감독은 “같은 스피드라고 한다면 발라조빅이 좀 더 위력적인 것 같다”면서 “알칸타라는 빠른공을 던진다는 게 타자들에게 좀 빨리 보이는 요인이 있어서, 제구력이 정말 좋지 않으면 한 번씩 맞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발라조빅에 대해서는 “빠른공이나 변화구나 팔 스윙이 똑같다고 저는 판단이 된다”며 “현재까지는 확실히 좋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라조빅은 다음 주 화요일, 13일 잠실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다. 일요일인 18일 수원 KT전까지 주 2회 등판 예정이다. 그간 5일 이상 휴식을 취한 후 등판했는데, KBO 입성 후 처음으로 4일 휴식 후 등판한다. 체력 문제를 불식하기 위한 마지막 미션이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