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도쿄에서 눈물의 마침표를 찍었던 한국 탁구가 파리에선 두 번째 동메달을 따내는 피날레를 선보였다. 팬들의 가슴을 울렸던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이 이젠 언니들과 함께 웃음꽃을 주는 존재로 성장해 강호들과 정상을 다툴 수 있는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오광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탁구대표팀은 10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3-0로 승리했다.
여자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혼합 복식에서 12년 만의 메달을 목에 걸었던 신유빈은 동메달 2개로 파리 올림픽을 빛냈다.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는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만에 첫 메달, 이은혜(29·대한항공)는 첫 도전에서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이 자랑하는 복식조가 시작을 잘 풀어냈다. 신유빈의 포핸드가 힘있게 구석을 찌르고, 전지희는 영리하게 상대 선수들의 몸 쪽을 공략했다. 첫 게임을 11-6으로 가져간 기세가 이어진 2게임까지 영향을 미쳤다. 2게임에서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11-7로 뒤집었다.
승부처는 게임 스코어 2-2로 맞선 마지막 게임이었다. 4-7로 끌려가던 불리한 상황에서 신유빈의 탑스핀이 살아나 7-7 동점을 만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전지희의 날카로운 포핸드와 끈질긴 수비로 10-8 역전을 만들었고, 신유빈의 서브로 3-2(11-6 11-8 8-11 10-12 11-8) 복식 승리를 결정지었다.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 단체전 랭킹 2위 독일을 상대하는 오 감독의 고민은 선수들의 출전 순서를 결정짓는 오더 싸움이었다. 단체전은 선수 별로 무조건 2경기씩 출전해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신유빈과 전지희를 첫 복식에 내보낼 경우 이은혜가 독일의 신예 카우프만 아넷(18)을 상대해야 한다. 이은혜가 독일의 나머지 선수인 완위안과 산샤오나를 상대로는 각각 1승1패로 맞섰지만 아넷과는 첫 대결이라 예측이 쉽지 않았다.
아넷은 개막 전 독일의 베테랑 한잉(41) 대신 단체전 멤버로 바뀌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42)은 “주니어 무대에서 눈여겨 봤던 선수”라면서 “아넷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독일전의 관건”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순리를 선택한 오 감독의 결정에 이은혜가 제대로 부응했다. 이은혜가 2단식에서 아넷을 3-0(11-8 11-9 11-2)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이은혜는 2게임에서 서브에 변화를 준 아넷에게 4-6으로 끌려가며 잠시 고전했지만 경험을 살린 침착한 플레이로 뒤집은 게 주효했다.
시상대에 오르는 마지막 발자국은 ‘맏언니’ 전지희의 몫이었다. 펌플러버를 쓰는 산샤오나의 까다로운 구질을 복식에서 먼저 경험한 전지희가 거꾸로 톱스핀을 가미해 상대를 흔들었다.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은 전지희는 첫 두 게임을 모두 11-6으로 수월하게 가져왔다. 자신감을 얻은 전지희는 마지막 3게임까지 11-6으로 가져오면서 스스로 메달을 확정지었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으로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귀화한 그가 꿈꾸던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