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20년에 생애 첫 월간 MVP라니…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 “김도영과 경쟁 자체에 의미, 4번째 FA 획득에 도전”

입력 : 2024.08.11 10:50
광주구장에서 인터뷰하는 삼성 강민호. 김하진 기자

광주구장에서 인터뷰하는 삼성 강민호. 김하진 기자

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38)가 데뷔 후 단 한 번도 월간 MVP를 받지 못했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강민호는 지난 9일 KBO가 발표한 월간 MVP에 선정됐다. 18살 차이나는 KIA 김도영을 제치고 MVP의 영예를 안았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강민호가 받는 첫 월간 MVP다.

7월 한 달 동안 11개의 홈런을 치며 홈런 부문 1위에 올랐고 타율 0.408(3위), 26타점(1위), 장타율 0.868(1위)을 기록하며 나이를 잊은 활약을 한 결과다.

또한 소속팀 삼성에도 2021년 7~8월 MVP를 받았던 백정현 이후 3년만에 수상의 기쁨을 안겼다.

MVP 수상 후 광주구장에서 만난 강민호는 ‘그동안 어떻게 한 번도 없었느냐’는 물음에 “가늘고 길게 왔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예상하지 못한 수상이었다. 강민호는 “김도영 선수가 올시즌 리그를 씹어먹다시피 활약하고 있어서 구단에서 주는 월간 MVP로 만족하고 있었다”며 “김도영 선수와 같이 월간 MVP 경쟁 후보로 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 젊은 친구와 경쟁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7월 타격의 비결은 따로 없다. 스스로도 “신기할만큼 다른게 없었다”고 했다. 강민호는 “타격폼을 바꿨으면 바꿨다고 하겠는데 변화된 게 없었다”면서 “5월에 경기를 많이 못 뛰면서 ‘나에게 그래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걸 준비를 최선을 다하고 있자’라고 했는데 운이 좋아서 나도 모르는 내 이상의 실력이 나온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그렇다고 8월이 되어서 타격감이 식은 것도 아니다. 8월 8경기 32타수 11안타 타율 0.344를 기록 중이다.

강민호는 “전반기에는 뜬공이 많이 안 나왔다. 나도 자연스럽게 치는데도 땅볼이 나오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반기부터 공이 외야로 뜨기 시작했고 타구 스피드까지 붙으니까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년 동안 야구를 했는데도 아직도 ‘야구 몰라요’다. 강민호는 “KIA 최형우 형이랑도 이야기를 할 때 보면 젊었을 때는 타격감이 좋으면 쭉 유지하는게 좀 된다”면서 “나이가 들면 좋았다가 체력때문에 다시 떨어지곤 한다. 그래서 형우 형도 ‘넌 어떻게 유지되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하더라. 나는 ‘알고 쳤으면 그렇게 했겠냐’라고 답했다. 나도 신기할만큼 잘 풀렸다”고 돌이켜봤다.

강민호의 활약은 타격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자신의 포지션인 포수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다. 지난 1일 잠실 LG전에서는 도루에 능한 LG 박해민을 두 번이나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두번째 아웃을 당했을 때에는 박해민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베이스 옆에 드러눕기도 했다. 강민호는 “포수로서 도루 저지를 못 하게 되면 지명타자 쪽으로 밀려나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치볼 같은 것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며 “나는 경쟁해야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 뒤처지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인은 ‘가늘고 길게’라고 표현했지만 강민호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그런 꾸준함이 쌓여 지금의 강민호가 만들어졌다. 그는 “한 시즌을 보내면 본인이 준비했던 것만큼 안 나오는 시즌도 있고 준비한 이상으로 나오는 시즌도 있다”며 “20년 정도 뛰다보니까 힘든 순간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던 게 지금의 커리어가 쌓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인지라 안 될 때는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데 그럴 때일수록 ‘좋을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꾸준하게 해오다보니까 이런 반전도 맞이했다”고 돌이켜봤다.

‘몇살까지 하고 싶느냐’는 물음에 강민호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계약기간은 내년까지다. 좀 더 경쟁력을 보여줘서 4번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강민호는 롯데 소속이던 2013년 시즌 종료 후 첫 FA 자격을 획득했고 4년 75억원에 계약했다. 두번째 FA 자격을 획득했을 때에는 4년 80억원의 조건에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2021시즌을 마친 뒤 다시 FA 권리를 행사한 강민호는 4년 총액 36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2025년을 마치면 FA 자격을 또 얻게 된다. 4차례 FA 계약에 성공한 사례는 KBO리그에 아직까지 없다.

강민호는 “내 욕심 같아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반면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선배들은 항상 40살 되면 일단 은퇴를 해야하고 강제 아닌 강제로 구단에서 리빌딩이라는 명목으로 많이 물러나곤 했다”며 “내가 후배들을 위해서 몸 관리를 잘 해 4번째 FA를 획득하면 내 이후로 또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획득해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바람을 표했다.

이제 강민호가 바라는 건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그는 “아내가 월간 MVP 축하한다고 메시지가 왔는데 ‘이제 한국시리즈만 가보면 여한이 없을 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바람을 표했다.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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