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기장, 그러나 꽉 막힌 도로
올림픽이 열릴 때면 늘 교통은 큰 이슈다. 안전과 보안 등의 이유로 통제가 이뤄지면서 기존 시민들은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해당 도시를 처음 찾는 관계자들이나 관람객들에게는 거쳐가야 할 큰 산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 시민들은 곳곳의 교통 통제로 큰 불편을 겪었다. 개막식이 열린 트로카데로 광장을 중심으로 콩코르드 광장, 그랑팔레, 앵발리드 등 주요 경기장이 밀집해 있는 중심가는 통제가 매우 심했다. 차량 통제가 워낙 심하고 막히다보니 대부분이 지하철로 다녀 많은 인파가 몰렸고 올림픽 기간엔 여러 역을 정차 없이 지나다보니 1~2㎞는 예사로 걸어다녔다. 원형 로터리인 개선문은 주변이 모두 통제돼 횡단보도만 한 번 건너면 될 거리를 100m 이상 둘러다녀야 했다.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를 활용해 경기하면서 선수단과 관중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추억을 줬지만, 동시에 좁은 도시에서 올림픽을 치르다보니 여러가지로 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을 줬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7월26일(현지시간)은 파리 중심가 거의 통행이 제한했다. 1시간 반 동안 무더위 속에 줄을 서 입장했던 개막식 도중 장대비까지 그칠 기미 없이 쏟아지자 종료 전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가까운 지하철역을 ‘지도앱’으로 찾았더니 1.6㎞는 걸어야 한다는 안내가 나왔다. 비에 홀딱 젖은 채 걸어갔더니 지하철은 서지 않았다. 포기하고 정처없이 걷아 이상한 느낌, 금요일 밤 10시인데 길에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인파가 늘 몰리는 개선문 근처에도 경찰과 본인 외에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대회 기간 만난 파리 현지 시민들은 “휴가철이기도 하지만 올림픽이라 시내가 불편하니 차라리 휴가를 간다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개막 직후 기자가 만난 한 택시기사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통제에 대한 말이 매일 달라진다. 여기는 ‘올드시티’다. 당신은 미래에서 올드시티로 온 것”이라며 파리시의 융통성 없는 도로 통제에 매우 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콜라 한 병에 7500원, 파리의 바가지 요금
파리 올림픽의 상징은 엄청난 물가였다.
‘바가지 요금’이라 불러도 좋을만한 숙박비는 충격적이었다. 파리 시내의 웬만한 호텔 1박 가격은 300유로(약 45만원)가 기본이었다. 호텔을 감당할 수 없는 각국 취재진은 숙박 공유 서비스를 통해 집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또한 큰 차이가 없었다. 올림픽 특수는 이번 대회 사격이 열린 샤토루시에서도 확인됐다. 작은 마을에서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이 숙식을 해결하다보니 모텔보다 낙후된 시설이 1박에 150유로(약 23만원)를 넘어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올림픽으로 한 몫을 챙기겠다는 파리시의 속내는 교통비에서도 확인된다. 올림픽 개막 직전인 지난달 20일부터 지하철·버스·도심 광역급행철도(RER)의 1회권 티켓 가격을 2.15유로(약 3200원)에서 4유로(약 6000원)로 2배 가까이 올렸다. .
식비도 만만치 않았다. 파리 시내 식당에선 한 끼를 해결하려면 간단한 식사조차 최소 20유로(약 3만원)를 쓸 각오를 해야 한다. 물 한 잔조차 무료가 아니라서 음료수값은 별도다. 올림픽을 앞두고 대부분의 음식점이 가격을 15% 이상 인상한 영향이다.
취재진이 대회 기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올림픽 경기장의 물가는 한 술 더 떴다. 차갑게 식은 샌드위치 혹은 파스타 한 그릇에 10유로(약 1만 5000원), 스폰서인 코카콜라 상품으로 제한된 음료수는 한 병에 5유로(약 7500원)를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취재진은 외부에서 먹을 것을 구매해 경기장에 입장했다. 인도의 한 기자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큰 무대가 열릴 때면 가난한 나라의 취재진을 배려해 폭리를 꼬집던 프랑스 통신사 AFP가 이번 대회는 왜 침묵하느냐”고 지적했다.
MPC 인근의 맥도널드가 큰 인기를 모은 배경도 맛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물론, 파리의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11.6유로(약 1만 7500원)로 국내 가격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빅맥 지수가 한 도시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 물가의 심각성을 잘 나타내줬다.
친환경 올림픽이긴 한데…센강·에어컨 등 끊이지 않은 잡음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센강 수영을 지켜보던 한 여성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난달 31일 오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선 역사적인 이벤트가 개최됐다. 수질 악화로 1923년 입수가 금지된 센강에서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가 열렸다.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 트라이애슬론 수영과 수영 마라톤으로 불리는 ‘오픈워터 스위밍’을 센강에서 치르기로 하고, 약 2조원을 들여 정화 작업을 벌였다. 트라이애슬론 여자부 선수들이 처음 센강에 뛰어드는 장면을 보려고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주변 센강을 찾았다.
세균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상태가 아니었지만, 지난 3년간 올림픽을 향해 달려온 선수들은 거침없이 센강으로 다이빙했다. 자신을 파리 시민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안전하다고 믿고 싶다”면서도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겠느냔 기자의 물음에 “못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실제로 센강 수영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는 대회 기간 내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트라이애슬론 개인전에 출전해 센강에서 헤엄친 선수 일부는 컨디션 악화로 혼성 단체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친환경 가치를 강조한 파리 올림픽은 센강 수질뿐 아니라 개막 전부터 선수촌 ‘NO 에어컨’ 논란을 빚었다. 선수 숙소뿐 아니라 선수들이 타는 셔틀버스에서도 에어컨을 틀지 않아 찜통더위 속 한 선수가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취재진이 이용하는 셔틀버스 또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 다만, 대회 초반 엄격했던 에어컨 정책은 시간이 지나며 완화됐다. 일부 경기장과 셔틀버스는 춥다고 느껴질 만큼 세찬 바람이 나왔다.
파리 거리는 깨끗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담배꽁초였다. 이곳에 와서 놀란 것은 흡연에 관대한 프랑스의 문화였다. 파리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로 이용된 컨벤션센터 ‘팔레 데 콩그레’ 출입구 바로 앞엔 재떨이가 설치돼 있다. 사람이 잘 통행하지 않는 곳에 흡연구역을 두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흡연 중인 한 중년 여성이 지인으로 보이는 자녀의 볼에 입을 맞추는 모습은 파리에서 본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