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여름 슬럼프 끊고 반등 흐름
작년 11연승 뒤 부진과 다른 양상
새 동력은, 23년에 없던 ‘3가지 힘’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해 여름 ‘롤러코스터’를 탔다. 7월로 접어들어 구단 역대 최다 신기록인 11연승을 달렸지만, 그 뒤로 8월말까지 한달 남짓 승률 0.357(10승18패)로 흔들리며 2위 싸움이 가능했던 순위표에서도 후퇴했다.
두산은 올시즌도 여름 시즌 들어 살짝 기복을 보였다. 후반기 출발점에서 기대가 컸으나 첫 16경기에서 5승11패로 기간 최하위 승률(0.313)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 슬럼프’가 길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이후로 11경기에서 7승4패(0.636)를 기록하며 반등 흐름을 탔다,
두산이 지난해처럼 8월 들어 무너질 일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상승곡선을 탈 ‘희망 요소’가 보이고 있다. 좁혀 보면 두산은 지난해 여름에는 없던 ‘3가지 힘’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초고속 적응력을 보인 ‘슈퍼 외인타자’의 등장이다. 두산은 헨리 라모스와 결별하고 새로 뽑은 외인타자 제러드 영이 가세한 지난해 30일 이후 오름세를 탔다. 제러드는 11경기에서 타율 0.467(45타수 21안타) 6홈런 19타점에 OPS 1.523으로 만화 같은 활약을 했다. 제러드는 팀내 구성원으로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현재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타선의 핵심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두산 외국인타자 호세 로하스는 시즌 후반기에 특유의 거포 본능을 찾기는 했지만 타선을 끌어갈 만큼의 파괴력은 없었다. 시즌 타율 0.253에 19홈런 65타점에 OPS 0.819의 애매한 성적을 남기고 KBO리그를 떠났다.
두산은 지난해 11연승 뒤 타선 침체 기로에 빠지면서 내려앉았다. 11연승 뒤 28경기에서 팀타율 0.255로 기간 9위를 기록하는 등 좀체 방망이로 길을 열지 못했다. 타선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카드도 없었다. 올해는 제러드가 중심이 돼 타선의 무게감을 올려놓고 있다. 두산은 최근 11경기에서 팀타율 0.356에 팀 OPS 0.978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꿈조차 꾸기 어려웠던 수치다.
올해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지킬 수 있는 리그 최강급 ‘뒷문지기’도 있다.
두산은 지난해에는 마무리투수가 홍건희에서 정철원으로 시즌 중 바뀌는 등 ‘뒷문 이슈’가 많았다. 특히 후반기 마무리로 뛴 정철원은 8월 이후 26경기에서 10세이브를 따냈지만 4패(2승)을 기록한 데다 평균자책도 4.20에 이를 만큼 흔들림이 잦았다.
올해는 시즌 중 주전 마무리로 올라선 우완 신인 김택연이 뒷문지기로 리그 톱을 다투고 있다. 김택연은 지난 7월 이후 12경기에 나와 15.1이닝을 던지며 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데 평균자책이 0.59로 압도적이다.
여기에 두산은 내야수 이유찬을 외야수로 돌린 뒤 야수 운용이 유연해졌다. 유격수 자원이던 이유찬은 익숙하지 않았던 좌익수로 이동해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오히려 수비 부담을 줄이면서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 이유찬은 두산이 치른 최근 11경기에서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OPS 1.045을 올렸다. 우타자인 이유찬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포수 마스크를 김기연이 쓸 때는 지명타자로 양의지가 나서고 좌타 거포인 김재환이 벤치에서 경기 중후반을 준비하는 등 두산은 라인업 옵션을 늘리고 있다. 최근 두산의 공격력이 업그레이드된 배경 중 하나로는 이유찬이 야수진을 불어넣은 ‘메기 효과’ 때문으로도 보인다.
두산은 여름 고비를 한 차례 넘었다.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일단 ‘신형 엔진’ 셋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