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광복절 기미가요’ ‘거꾸로 태극기’등 광복절에 벌어진 각종 수치스러운 논란에 사과했다.
KBS 박민 사장은 16일 임원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취임하면서 제일 강조했던 부분이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들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며 방송을 통해 위안을 얻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통해서 공영방송의 역할과 맡은 책임에 대해서 더욱 고민하며, 열심히 챙기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번에 드러난 당면 문제점들을 시급히 개선하기 위해 부사장 주재의 ‘태스크포스’를 즉각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면서 “태스크포스는 보도, 제작, 편성, 기술, 인사, 심의 등 분야별 국장급 기구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KBS 중계석’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을 배경으로 한 ‘나비부인’ 오페라를 방송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광복절에 방송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강한 비판의 글을 남겼다.
이후 KBS는 이날 “공연 예술 녹화 중계 프로그램인 ‘KBS 중계석’ 프로그램과 관련해, 시청자분들께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라고 입장을 냈다. 이어 “오페라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으로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극 중 주인공 남녀의 결혼식 장면에서 미국국가와 일본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은 기모노도 입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라면서 “15일 방송 예정이었던 ‘나비부인 2부’는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하겠다”라고 했다.
KBS는 이날 오전 방송된 ‘930 뉴스’에서는 잘못된 태극기 이미지를 사용, 또 한 번 질타를 받았다. 이에 KBS는 “일부 태극기 이미지의 좌우가 반전돼 나가는 실수가 있었다”라며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KBS는 문제를 확인한 즉시 태극기 이미지를 수정했으며, 뉴스홈페이지에서도 수정한 동영상을 다시 제공해 드리고 있다”라며 “이번 실수와 관련해 KBS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날 KBS ‘뉴스9’ 박장범·박지원 앵커는 15일 뉴스를 마치면서 “KBS는 제79주년 광복절에 적절하지 못한 방송 편성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두 앵커는 “KBS가 오늘 새벽 방송한 오페라 ‘나비부인’에는 미국 국가와 함께 일본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만큼 사전에 적절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또한 오늘 오전 KBS뉴스 날씨 코너에서 배경화면 일부에 태극기의 좌우가 뒤바뀌어 방송되는 실수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는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여 철저한 진상 조사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의 다큐멘터리 관련 언급은 없었다.
KBS는 광복절 0시 편성된 1TV ‘KBS 중계석’을 통해 일본 기모노와 기미가요, 군가 등이 등장하는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송출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날 오전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날씨 예보에서 기상캐스터가 날씨를 소개하는 중 등장한 태극기에서 건곤감리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 일명 ‘거꾸로 태극기’였다.
이에 앞서 KBS는 친일행적 등 공과가 뚜렷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논란의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해 비판 받아왔다.
KBS PD협회는 ‘나비부인’ ‘태극기’ 논란에 대해 “사장과 편성본부장 또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기적의 시작’ 편성은 방송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주의를 이룩해 온 역사를 살피며 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해야 할 광복절에 어떻게 기미가요를 내보내고 독재자 미화에 앞장설 수 있단 말이냐”라면서 “KBS를 일컬어 ‘NHK 서울지국’이라는 모욕적인 비유도 등장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장과 KBS의 공식 사과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누리꾼은 KBS시청자 게시판에 “광복절에 일본의 전쟁을 떠올리는 오페라를 편성 했다. 그리고 그 오페라에 ‘기미가요’가 나온다.광복절이 언제부터 일본의 전쟁을 미화하는 날이었나? 독립군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국민들을 해방 시킨 날 아니었나? 그러면 광복절에 어울리는 독립군과 관련한 ‘영웅’ 뮤지컬 같은 프로그램을 편성 해야 하지 않을까? 수신료를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PD와 KBS사장 사퇴를 요구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같은 취지의 게시글이 약 150여건 이상 올라왔으며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건가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16일 오후 3시 현재 1만6300여 명 동의를 얻었다. “힘들게 로그인해 글 쓰게 만든다” “친일파 KBS 박민사장 사퇴” “편성 담당자 해고” “부끄럽고 참담할 수 없어 글을 쓴다” “광복절 기미가요 내보내는 국영방송 수신료 납부 거부” 등의 게시글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본 밀정 박민 KBS사장은 사퇴하고 일본으로 가라”는 과격한 제목의 글도 KBS 답변 요건인 동의 1000명 이상을 충족해 눈길을 끈다.
사장과 KBS측이 국민들의 성화에 무릎을 꿇었지만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은 KBS사장 사퇴, 관계자 연봉 삭감, 수신료 납부 거부 등의 구체적인 의견을 통해 KBS측의 책임지는 모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