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축선수 부상·치밀해진 데이터 분석·PS 제도 변화 등 특정팀 독주 어려워져…치열한 순위 경쟁 속 트레이드 빅딜 줄고 의외성도 감소
KBO리그가 역대 최소경기 800만 관중을 넘어 시즌 1000만 관중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그 어느 해 보다 촘촘한 순위 싸움 덕이 크다.
17일 기준 선두 KIA는 67승2무46패로 승률 0.593을 기록 중이다. 키움은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50승63패로 승률 0.442를 기록 중이다. 선두 KIA와 꼴찌 키움의 승차가 17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정규시즌 1위 승률이 6할을 넘지 않은 것은 2021시즌 KT와 삼성이 나란히 0.563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으로는 2013년 삼성의 0.595가 마지막이었다. 최하위 팀의 승률이 0.440을 넘은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8개 구단 체제에서 7위 SK가 0.458, 8위 롯데가 0.457을 기록했다.
최고 승률 팀의 성적이 예년보다 좋지 않은 것은 KBO리그뿐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도 올시즌 최고 승률팀의 기록이 낮다. 야후스포츠는 최근 “10여년만에 처음으로 100승팀이 한 팀도 안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17일 기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 팀은 클리블랜드로 72승50패, 승률 0.590을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 팀은 필라델피아로 72승50패, 0.590이다. LA 다저스가 72승51패(0.585)로 바짝 뒤를 쫓는다.
지난 시즌에는 볼티모어(101승), 애틀랜타(104승), 다저스(100승) 등 3팀이 100승을 넘겼고 2022시즌에는 4팀이 100승 고지를 밟았다. 2014년 이후 매년 평균 2.75팀이 100승 이상을 거뒀다. 10년 동안 이어져 오던 메이저리그의 트렌드가 올시즌 바뀌는 모양새다.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올시즌 100승팀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이유로 꼽는다. 시즌을 앞두고 최강으로 꼽혔던 애틀랜타는 에이스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2번 등판만에 팔꿈치 수술이 결정됐고, 주축 타자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마저 주루 플레이 도중 무릎을 크게 다치면서 시즌 아웃됐다.
하지만 100승 팀 부재는 부상 선수의 증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야후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시즌 운영 제도의 변화가 각 구단의 인센티브를 다른 식으로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 출전 팀이 늘어나면서 가을야구 참가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거의 대부분의 구단이 보다 치밀한 데이터 분석에 나서면서 특정 팀의 독주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포스트시즌 제도의 변화다. 각 지구 1위와 최고 승률 한 팀이 와일드카드로 올라가는, 15개 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방식에서 와일드카드 팀 2개가 추가되면서 모두 6개팀이 가을야구에 오른다. 양대리그를 합하면 30개 팀 중 12개팀, 전체 40%가 가을야구에 오를 수 있다. 지난해 애리조나는 정규시즌에서 겨우 84승을 거뒀지만 와일드카드를 걸쳐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시애틀 제리 디포토 야구 부문 사장은 지난 시즌 아쉽게 가을야구에 실패한 뒤 “아무도 팀의 목표가 승률 54%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54%가 어떤 해에는 60%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승률 54%면 87승 또는 88승이다. 100승이 아니라 이 정도를 목표로 팀을 운영하고 나머지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채울 수 있다.
실제 다저스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100승 이상을 5번이나 이뤘지만 정작 우승한 것은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을 치른 2020년이었다. 100승 이상 시즌 5번 중 월드시리즈 오른 것도 단 한 번뿐이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모두가 가을야구를 노릴 수 있다보니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적극적인 셀러가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의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후스포츠는 “스포츠는 의외성이 스토리를 만든다.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가 재미있지, 다윗과 다윗의 경기는 팬들이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