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이 첨예한 논쟁 하나를 쏘아올렸다. ‘극장 티켓값이 너무 비싸니 내려달라’는 말 한마디에 공감하는 이들과 ‘배우 몸값이나 내려라’고 저격하는 이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최민식은 지난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배우로서 새로운 플랫폼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는 질문에 “세상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탓해 봤자 어떻게 하겠나.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짧은 콘텐츠에 (대중이) 중독되어 가는 건 분명한 것 같다”며 “극장 값도 많이 올랐다. 좀 내려라.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그렇게 확 (티켓 가격을)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이 기울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팝콘, 커피, 영화 끝나고 식사 등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니 OTT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극장이 관객을 모으기 위해서는“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들어야 한다”며 창작자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최민식의 발언은 업계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데뷔 43년차 대배우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많은 이가 공감했던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작비의 다수를 차지하는 출연료에 대해선 왜 말하지 않나. 출연료를 낮추면 제작비도 내려가지 않겠나’라며 최민식의 발언이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경영학과 이병태 교수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20일 SNS에 최민식의 발언을 두고 “영화관 사업은 민간 기업이 하는 것으로, 권력 집단도 아닌데 ‘가격 인하하라’는 이야기가 용기가 필요한 소리인가”라며 “가격을 내려서 관객이 더 많이 오고 이익이 늘어난다면 기업들은 내리지 말래도 내린다. 시장 가격을 소비자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면 세상에 사업은 없고 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배우라는 직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영화관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했었는데, 최민식은 자신의 영화를 상영해 주는 극장을 위해 출연료 기부라도 했었나”며 “영화관 사업은 땅 파서 하나, 아니면 자선사업으로 알고 있나”고 되물었다.
이어 “당신들이 혜택받는 영화진흥기금이라는 준조세(세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까지 다 포함해서 당신은 1만5000원 이하로 사업할 수 있으면 주주가 있는 다른 기업의 극장에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극장 하나 세워서 싸게 사업하라”고 비판했다.
논쟁이 뜨거워지자 극장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CGV가 오는 26∼29일 나흘간 오후 5∼9시 일반 2D 영화를 기존 티켓값의 절반 수준인 7000원에 볼 수 있는 ‘컬처 위크’ 행사를 결정한 것.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시간대에 절반 가격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컬처 데이)’ 행사를 확대한 나흘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셈이다.
영화인연대도 최민식 발언에 환영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촬영감독조합(CGK) 등이 소속된 영화인연대 측은 27일 CGV가 기획한 ‘컬처 위크’에 대해 “CGV가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작사, 배급사와 협의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첫 시도’라고 밝힌 점에서 환영한다”며 “영화인연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극장이 팬데믹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의 티켓값 인상을 한 것이 영화산업 침체 및 관객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 라는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영화산업과 생태계를 위해 영화 티켓값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준 최민식 배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