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바둑계에서 일어난 가장 ‘짜릿한’ 순간을 꼽으라면 첫 손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신진서 9단이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만들어낸 기적같은 ‘상하이 신화’다. 사상 최초의 ‘끝내기 6연승’으로 한국의 대회 4연패를 이끌었던 신진서의 막판 투혼은 수많은 바둑팬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그 감동의 무대였던 농심신라면배가 다시 한 번 바둑팬들의 곁으로 찾아온다.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오는 4일 중국 연길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갖는다. 이날 첫 대국에 나설 국가와 첫 번째 출전 선수가 공개된다. 총 3차례로 나눠 대회가 진행되는데 1라운드는 5일부터 8일까지 중국 연길에서, 2라운드는 11월30일부터 12월까지 한국 부산에서 열리고 3라운드는 내년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그동안 농심배는 보통 10월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9월에 열리게 됐다. 농심신라면배가 9월에 열리는 것은 19회 대회 후 7년 만이다.
22회 대회부터 25회 대회까지 내리 4연패에 성공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연패에 도전한다. 한국은 초대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이창호 9단의 대활약에 힘입어 6연패를 달성했는데, 그에 버금가는 위업에 도전한다.
한국 대표로 나설 5명의 기사들은 모두 정해졌다. 선발전을 통과한 설현준 9단, 김명훈 9던, 신민준 9단에 선발전에서 탈락했으나 와일드카드로 뽑힌 박정환 9단이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세계 최강의 기사 신진서가 든든하게 받히고 있다.
역시나 관건은 이번에도 신진서가 한국의 우승을 마무리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신진서는 한국이 최근 농심신라면배에서 4연패를 하는 기간 매번 우승을 확정짓는 최종국에 나섰다. 22회 대회 막판 5연승, 23회 대회 막판 4연승에 24회 대회에서는 최종국에서 구쯔하오 9단(중국)을 제압해 우승을 안겼다. 그리고 25회 대회에서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을 넘어서는 막판 6연승의 ‘상하이 신화’를 썼다.
신진서는 농심신라면배 통산 16승2패를 기록 중이다. 16승9패의 박정환과 함께 역대 농심신라면배 다승 순위에서 판팅위 9단(21승8패), 이창호 9단(19승3패)에 이은 공동 3위다. 4승을 보탤 경우 이창호를 넘어 농심신라면배 최다승 한국 기사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25회 대회처럼 또 신진서가 막판에 혼자 남아 엄청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한국 바둑 입장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한국의 가장 큰 대항마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은 농심신라면배 최다승 기사인 판팅위 9단(21승8패)에 커제 9단과 리쉬안하오 9단, 셰얼하오 9단, 딩하오 9단이 출전한다. 25회 대회에서 농심신라면배 단일 대회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인 7연승을 달성했던 셰얼하오와 지난해 삼성화재배 우승자 딩하오, 그리고 커제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일본은 시바노 도라마루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 이치리키 료 9단, 쉬자위안 9단, 히로세 유이치 7단이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