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여자탁구 세계랭킹 1위 서수연(38·광주광역시청)은 류징(36·중국)의 이름을 들으면 자다가도 번쩍 눈에 떠진다. 지독한 악연 때문이다. 서수연은 패럴림픽 데뷔 무대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에서 류징에게 세트 점수 1-3으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4세트에서 8차례 듀스 혈투 끝에 17-19로 내주며 고개를 떨궈 잔상이 짙다.
류징과 악연은 계속됐다. 2021년에 열린 도쿄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서수연은 류징에게 또 1-3으로 졌다. 서수연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탁구 여자 단식 결승에서 류징을 3-1로 꺾으며 설욕에 성공했지만,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다시 류징에게 금메달을 뺏겼다. 대표팀 동료 윤지유(24·성남시청)와 합을 맞춰 출전한 여자복식(스포츠등급 WD5) 결승에서 류징-쉐쥐안 조에 1-3으로 패해 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럴림픽 결승에서만 3차례나 류징의 벽에 막혔다. 지긋지긋한 류징과 서수연이 또 만난다.
서수연은 4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탁구 여자 단식 스포츠등급 WS1-2 8강에서 독일의 야나 슈페겔을 세트 점수 3-0(11-1 11-7 11-2)으로 가볍게 꺾고 4강에 진출했다. 4강 상대가 바로 그 이름, 류징이다. 서수연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류징을 계속 생각했다”며 “올해 국제대회에 류징이 출전하지 않아서 한 번도 맞붙지 못했는데, 지난 복식 결승이 좋은 예방주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류징과는 한 번 만나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꼭 류징을 넘어 높은 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4강에 진출한 모든 선수의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집중해서 꼭 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수연은 이날 경기 승리로 동메달을 확보했다. 패럴림픽 탁구는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 진출하면 동메달을 준다. 모델을 꿈꾼 서수연은 대학에 입학한 2004년 자세 교정 차 병원에서 주사 치료를 받다가 신경과 척수에 문제가 생겨 지체장애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