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 한화-LG전. LG 타자들은 한화 선발 조동욱을 2회 만에 마운드에서 내렸다. 그런데 찝찝한 감이 없지 않았다. 차린 밥상에 비해 숟가락을 많이 들지 못했다. LG는 0-0 동점이던 1회말 홍창기(2루타),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는데, 오스틴 딘과 문보경이 연속 삼진을 당한 여파로 득점 없이 첫 이닝을 마쳤다.
2점을 뽑은 2회말도 아쉽긴 마찬가지. 박해민 볼넷, 구본혁 사구로 무사 1·2루가 됐고, 이영빈의 희생 번트 때 상대 수비 실책이 겹치며 1사 2·3루가 무사 만루로 이어졌다. 하지만, 폭투와 김현수의 땅볼로 득점했을 뿐, 시원한 적시타 한 방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3회말 LG는 LG다운 ‘뛰는 야구’로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문보경 안타, 오지환 볼넷, 박동원 진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잡은 LG는 박해민이 삼진을 당하며 흐름이 끊겼다. 구본혁이 볼넷을 얻어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이영빈이 좌완 김기중에게 연속 스트라이크를 허용해 0B-2S에 몰린 상황. 왼손 투수 김기중이 1루 쪽을 보고 투구 자세를 취한 틈에 리드 폭을 넓혀가던 3루 주자 문보경이 홈으로 달려들었다. 동시에 2루 주자 오지환은 3루로, 1루 주자 구본혁은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문보경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던 김기중이 급히 포수 최재훈에게 송구했으나 이미 속도가 붙은 문보경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포수의 태그보다 먼저 홈 플레이트를 찍었다. 오지환과 구본혁까지 넉넉하게 진루한 LG의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2사 만루에서 나온 LG의 번뜩이는 주루는 KBO 역대 8번째 ‘삼중도루’로 기록됐다.
진기록의 희생양이 된 김기중은 직후 크게 흔들렸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해 둔 이영빈과 대결에서 가운데로 몰린 실투를 던졌고, 이영빈이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3회를 기점으로 타선이 폭발한 LG는 이날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한화를 14-3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달렸다. 특히 연타석 홈런 포함 4안타, 5타점을 쓸어 담은 이영빈의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5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2승(1패)째를 수확했다.
만원 관중의 응원 속에 팀을 연승으로 이끈 염경엽 LG 감독은 “3회 문보경의 홈스틸로 분위기를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고, 이어 이영빈의 결정적인 3점 홈런이 터졌다”며 “잠실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덕분에 연승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틀 연속 ‘불펜데이’로 경기를 치른 한화는 2연패에 빠졌다. 어깨 피로 탓에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문동주의 공백이 컸다. 대체 선발로 등판한 조동욱은 2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타선은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