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가까스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0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홍명보 호는 이날 승리로 큰 위기를 넘겼다.
올해 한국 축구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연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 등으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1년도 안돼 경질됐다. 차기 감독 결정까지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며 약 5개월의 사령탑 공백도 생겼다.
지난 7월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뒤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일찍부터 국내 사령탑을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증언 등이 나오면서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자체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승 경쟁이 한창인 K리그 팀의 감독을 빼온다는 점에서도 축구팬들의 반발이 거셌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던 홍 감독의 입장 변화도 비판을 받았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홍 감독은 첫 경기인 지난 5일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 팔레스타인전에서도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며 코너에 몰렸다. 응원단 ‘붉은악마’는 경기내내 감독 선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홈 감독과 축구협회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그라운드에서 이를 항의한 김민재(뮌헨)가 관중들과 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안방에서 ‘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한 경기력도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오만전 승리가 반갑다. 홍 감독은 오만전 승리 뒤 “후반전 동점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 전술적 변화를 줬고, 선수들이 잘 대응해줬다”며 “어려운 경기였다.전체적으로 준비한 대로 잘 됐다. 훈련한 시간에 비해 전체적으로 다 좋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다만 숙제도 확인했다. 3골이 터지며 승리했지만, 승부를 가른 2골은 경기 막판에서야 터졌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으로 수비 불안감도 남겼다.
홍명보 호는 다음달 다시 모인다. 월드컵 3차 예선 3·4차전(10일 요르단 원정·15일 이라크 홈)이 예정돼 있다. 15일 홈 이라크전에서 축구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원정 요르단전도 승리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위기는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홍 감독 선임 과정의 적절성 등을 들여다보겠다며 감사를 진행 중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는 24일 현안질의에 홍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