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는 고집 센 선수들이 있다. 1988년생, 36세의 에이스 양현종은 시즌 중 휴식을 주려고 할 때마다 “안 쉬겠다”고 한다. 그만 던지고 내려와도 좋다고 하는데도 더 던지겠다고 버틴다. 그로 인해 이미 여러 번 화제의 장면을 만들었다. 강판 지시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을 알기에 이 이닝만 끝내고 불펜에 넘기겠다는, “괜찮다”고 모두를 안심시키려는 고집이다.
1983년생, 41세의 최형우도 내복사근을 다치고 3주 만에 복귀했다. 부상 보름여 만에 배트를 잡겠다, 실전에 나가겠다는 고집으로 사령탑의 권유를 꺾었다. 최형우는 복귀하자마자 홈런을 때리고 아무 이상 없이 4번 타자로 돌아와 KIA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을 위해 달리고 있다.
감독은 걱정하고, 오히려 선수들이 더 뛰겠다고 하는 희한한 팀 KIA에서는 올해 외국인 투수마저 그 DNA를 물려받았다. 제임스 네일(31)의 열정을 보면서 이범호 KIA 감독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 걱정은 된다”며 다시 한번 ‘행복한 걱정’을 하고 있다.
네일은 8월24일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았다. 턱관절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세고 있는 KIA로서는 네일이 한국시리즈에 복귀할 수 있느냐가 유일한 근심이다.
그러나 네일이 빨리 움직였다. 서울에서 수술받은 뒤 사흘 만에 퇴원한 네일은 광주로 이동해서 사흘 동안 입원 관리를 받고 퇴원한 데 이어 지난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로 나왔다.
집안에서 처져 있기 싫다며 부상 11일 만에 야구장으로 나와 동료들과 이야기를 한 뒤 숨통이 트인 네일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가벼운 실내운동으로 복귀 준비를 시작했다. 밥은커녕 씹는 기능을 아직 할 수 없어 액체만 섭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네일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에는 나도 좀 무섭고 멘털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턱 앞쪽 뼈만 부러진 게 굉장히 행운이라 생각한다. 던지지 못한다고 처져 있기보다는 이렇게 치어리더 역할이라도 하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야구장에 나왔다”고 했다.
투구 중 강한 타구에 얼굴을 직접 맞은 투수가 제대로 식사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야구장에 나와 운동하려고 한다는 자체로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KIA의 모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헌신’을 기대하기에는 이제 처음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범호 감독은 “네일을 보면서, 그런 부상을 당하고 2주 만에 야구장에 나올 수 있는 멘털이 가능한 멘털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과거 부상 뒤 재활하고 복귀한 경험이 있고 같은 부상에 대한 공포 등 그 과정에서 극복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아 걱정은 되는데, 네일이 퇴원 뒤에도 재활센터에 계속 나갔고, (다친 부위인) 얼굴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한에서 움직이려 하는 것 같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컨디션을 찾고자 하는 것 같고 (포스트시즌에서) 던지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네일은 지난 9일 서울로 이동해, 수술받은 아산병원에서 입 안에 착용했던 고무교정기를 제거하고 수술 부위의 실밥을 제거했다. 11일부터 공을 잡고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으로 돌입했다. KIA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 10월20일쯤 가을야구를 시작할 전망이다. 약 한 달 뒤에는 KBO리그 첫 가을야구 무대에 꼭 서기 위해서 네일이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