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의 프로농구팀은 지난해 고양 소노로 재창단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연고지가 바뀌었고 모기업은 두 번이나 달라졌다. 격동의 시기를 겪은 소노에서 딱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소노 ‘원클럽 맨’ 김강선 전력분석코치(38)다. 지난 시즌 선수 생활을 은퇴한 김 코치는 올해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딘다.
김 코치는 지난 11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되는 소노 전지훈련에 코치로서 참여한다. 그는 12일 타이베이 한 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농구가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한 팀에서 농구를 했네요”라며 웃었다.
김 코치는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고양 소노의 전신)에 지명됐다. 16년 동안 쭉 한 팀에서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이지만 유니폼을 세 번이나 바꿔 입었다. 2011년 팀이 연고지를 고양으로 옮겼고 2022년에는 구단이 매각되며 고양 캐롯으로 팀명을 바꿨다. 캐롯마저 모기업 데이원의 부실 운영으로 인해 KBL 제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대명소노그룹이 고양 소노를 재창단하며 팀이 기사회생했다.
팀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주장을 맡았던 김 코치는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의 재건에 이바지했다. 그는 지난해 데이원의 임금 체불 등으로 인해 구단 상황이 어려워지자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구단 정상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코치는 “팀도 없어지고 연고지도 바뀌고 이름도 바뀌고 국회도 다녀오면서 남들이 못하는 걸 다 해봤다”라면서도 “농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비로소 안정을 되찾은 소노에서 김강선은 코치로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그는 “선수단의 최고참이었다가 코치진의 막내가 되니까 색다르다”라며 “저에게 형이라고 했던 선수들이 이제 코치님이라고 하니까 처음엔 많이 어색했는데 이제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제 코트에서 한 발짝 물러나 지도자의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본다.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며 팀의 색깔에 맞춰나가는 ‘전략분석코치’ 임무를 맡았다. 그는 “선수들의 연습게임 영상에서 수비하는 부분을 잘라 보면서 분석하고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김승기 감독님이 추구하는 틀에 맞춰 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처음에는 뛰는 선수들을 봤을 때 나도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아쉬웠다”라며 “지금은 운동 안 하니까 편하다”라고 웃었다.
김 코치는 “어렸을 때부터 지도자의 꿈을 갖고 있었다”라며 “지금은 배우는 단계이지만 더 배워서 저만의 농구를 만들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코치 프로 데뷔 시즌을 회상하며 “2009년에는 참 어리고 그냥 농구가 재밌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농구를 했다”라고 웃었다. 그는 “팀이 대구에서 고양으로 올라올 때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이 팀에서 끝까지 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