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예능’은 2024년 상반기 방송가를 규정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다. 물론 2024 파리올림픽의 존재 그리고 프로야구 KBO 리그의 기록적인 흥행 때문에 순풍을 탄 부분도 있지만, 방송 산업적인 측면에서 여러 의미로 운이 잘 맞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국내 경쟁이 치열해졌고, OTT 사업자들이 매일 접속자나 구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모객’의 주체로 스포츠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이렇게 흥행한 스포츠 예능이 하반기에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방송 중이거나 상반기 선보였던 스포츠 예능은 여러 형태였다. 우선 ‘팬덤형 예능’으로 매번 ‘직관데이’의 매진 사례를 썼던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를 비롯해 JTBC의 ‘뭉쳐야 찬다’ 시리즈와 SBS ‘골 때리는 그녀’는 직접 경기를 통한 박진감을 준다는 점에서 ‘경기형 예능’으로 구분된다.
반면에 경기가 나오지 않고도 가능했던 예능들도 있다. 티빙에서 공개된 ‘찐팬구역’이 있다. 실제 야구는 직접 하지 않고, 심지어 중계도 드문드문 등장했지만, 팬심을 가진 유명인들의 응원전만으로도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티빙은 이러한 ‘팬덤형 예능’을 조금 더 구체화해 최근 10개 구단 팬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야구대표자:덕후들의 리그’를 선보이는 중이다.
하반기에는 이러한 분위기에 조금 더 기름을 붓는 기획들이 선보인다. 물론 그 선두에는 OTT 플랫폼들이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최강럭비: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가 12월 선보인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첫 번째 스포츠 예능으로 자리할 ‘최강럭비’는 ‘최강야구’를 이끈 장시원PD의 스튜디오 C1이 제작에 나선다.
야구라는 인기 스포츠를 탐구했던 제작진은 이번에는 국내에서는 철저히 비주류에 묻혀있는 럭비를 소재로 꺼냈다. 리그는 단 하나, 출전팀은 4개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관중이 외면을 받는 럭비를 놓고 제작진은 그 안에서의 열정과 피, 땀을 그려낼 예정이다.
쿠팡플레이는 ‘슈팅스타’를 꺼내 들었다. 11월 방송되는 ‘슈팅스타’는 한국 축구의 전설 ‘해버지’ 박지성과 ‘독수리’ 최용수가 각각 단장과 감독을 맡아 신생 축구팀을 창단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실제 이렇게 창단된 FC슈팅스타는 대한축구협회 산하 리그인 4부리그 K4에 도전한다. 설기현과 김영광, 고요한, 염기훈 등 은퇴 축구선수들이 합류해 마치 축구판 ‘최강야구’의 분위기를 낸다.
‘런닝맨’ ‘더 존:버텨야 산다’ 조효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야외 버라이어티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한 조효진 감독은 스포츠 예능이라는 닿지 않은 영역에 도전해 그만의 박진감을 다시 한번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상반기 화제를 모았던 ‘찐팬구역’ 역시 구단을 바꾸거나 종목을 바꾸거나 하는 식의 두 번째 시즌 기획에 관련된 소문도 흘러나오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특히 연말이 다 돼가면 꽤 많은 숫자의 스포츠 예능이 TV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최강야구’를 방송하는 JTBC의 황오용 국장은 지난달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컨퍼런스에서 ‘팬덤형 예능’의 유행을 거론하며 “‘최강야구’의 형식은 일본 후지TV에 수출이 확정됐고, 동남아의 방송사들과도 협의 중”이라고 포맷 수출의 근황도 전했다.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전하는 중계 못지않게 세련되게 윤색된 ‘스포츠 예능’의 글로벌화 가능성이 타진된 것이다. 이렇게 인기가 생기고,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스포츠 예능의 전성시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