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리바운드로 골 밑을 단단히 지키는 것은 물론 활발한 리액션으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훈련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한다. 프로농구 고양 소노 구단 관계자들은 새 외국인 선수 앨런 윌리엄스(31·203cm)의 경기력과 인성에 모두 합격점을 줬다.
소노가 지난 6월 일찍이 새 외국인 선수로 낙점한 윌리엄스는 11일부터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구단 전지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소노 관계자들은 윌리엄스에 대해 입을 모아 “예전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다르다”라고 평가한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소노에서는 윌리엄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윌리엄스는 이날 타이베이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대만 P.LEAGUE+ 타오위안 파우이안 파일럿츠와의 연습 경기에서도 골밑 밀착 수비를 뚫고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그는 득점 실패 이후에도 끈질기게 리바운드를 잡아내 슛을 꽂아 넣는 근성을 선보였다.
윌리엄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네 시즌 동안 NBA 피닉스 선즈와 브루클린 네츠에서 활약했다. 신인이었던 2016년에는 NBA 서머리그 퍼스트 팀(베스트5)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NBA 67경기에 출전해 평균 13분 동안 6.2점, 5.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대만 송산 공항 입국장에서는 현지 팬들이 그의 피닉스 시절 사진을 가져와 윌리엄스에게 보여주며 사인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판사인 아버지와 경찰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농구 이단아’다. 그의 어머니인 제리 윌리엄스는 지난 2016년 피닉스 최초의 여성 경찰서장으로 부임하며 주목을 받았다.
윌리엄스는 12일 대만 타이베이 전지훈련 도중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농구관이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항상 예의를 갖추고 새로운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라며 “농구는 팀 게임이기 때문에 선수와 코칭 스태프, 경기장에 찾아오는 팬분들의 역할까지 모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NBA 이후 러시아와 호주, 일본 B리그에서 두루 활약한 윌리엄스는 지난 시즌엔 호주프로농구(NBL) SE 멜버른에서 15경기 평균 16.7점, 10.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 부문 전체 1위였다. 윌리엄스는 “한국에 와 본 적이 없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KBL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공수 전환이 빠르고 공격적인 슈팅을 추구하는 소노의 농구에 원활하게 적응하고 있다. 그는 “김승기 감독님이 수비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라며 “골 밑을 담당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내 플레이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블 팀(두 선수가 공을 가진 한 선수를 집중 수비하는 것)이 오면 공을 잘 빼내 주면서 팀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정현과 이재도라는 리그 정상급 가드를 보유한 소노는 윌리엄스의 영입으로 단단한 골 밑 자원까지 구축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12일 연습경기에서 이재도와의 센스 있는 패스 플레이로 길을 만들어 냈다.
윌리엄스는 ‘20득점과 10리바운드 중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윌리엄스가 골 밑 자원의 부재로 신음했던 소노의 해결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