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7시 10분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는 2020년 8월 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0회를 맞아 특집 방송을 이어간다.
시청자들을 초청하여 ‘소멸과 생존’이라는 주제 아래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특집 3부작, 그 두 번째로 나날이 치열해지는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스스로 찾아 나가야 할 생존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두 개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미중 패권 경쟁은 거세지기만 하는 상황. 그 격랑의 한가운데 놓인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이자 보수·진보 진영을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플라자 프로젝트’ 이사장 김흥규 교수와 함께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속내를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생존법을 찾아본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과거의 냉전과 오늘날의 신냉전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방청객 최재용 씨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과거 냉전은 적과 우군으로 양분된 세계였으며 이념과 군사력이라는 핵심 무기가 이를 지탱했으나, 신냉전(New Cold War)은 경제력과 과학기술, 무기로 우적을 구분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냉전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규정하기에는 현재의 국제질서는 냉전 시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는데, 이러한 시대에 드러나는 국제관계의 본질이 바로 ‘사악함’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도덕과 국가의 도덕이 불일치하고 국제질서가 무너지는 배경에 사악함이 꽃핀다는 것이 김 교수의 입장이다.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으로 강대국들이 두 진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을 ‘신냉전’이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신냉전이라 명명한 국제 상황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 지난 6월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소련 붕괴 후 와해됐던 북·러 군사동맹을 사실상 부활시키기에 이르렀다.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외교 용어는 사실상 군사 협력을 의미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북러가 밀착함과 함께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의 강화된 안보 협력은 중국에도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 중국과 러시아는 푸틴의 중국 방문과 함께 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김 교수는 “푸틴의 해외 순방 경로를 보면 러시아의 진짜 속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베트남, 인도 등 푸틴이 방문한 나라는 모두 중국과 우방국이면서도 중국을 경계하는 나라들이며, 중국과 무력으로 대항이 가능한 나라들이라는 것. 이들이 중국을 포위하는 형국으로, 그야말로 시진핑과 푸틴의 동상이몽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에 또 한 번 큰 반향을 불러올 올해의 미국 대선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표방한 전반기 바이든의 외교는 후반부에 들어서 태도를 바꾸게 되는데, ‘같이 공존하되 위험을 줄이자’라는 의미의 디리스킹(de-risking)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미국이 대중국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 연사의 설명.
큰 판을 읽고 포석을 두는 바둑과 같은 바이든과는 달리 트럼프의 외교는 마지 체스처럼 적장을 향해 돌격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에 대한 강한 통상 압박과, 우방국들과의 전통적 협력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트럼프가 강조하는 것이 제조업의 부활인데, 그 핵심에 있는 것이 반도체다. 중국이 가지지 못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역량을 회수하기 위해 트럼프가 무리한 경제정책을 펼친다면 우리나라에도 위협이 되는 상황.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 속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예측 불가한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대신 중국은 해리스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중국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제조업 생산력과 130여 개 국가에 달하는 무역 파트너십으로 네트워크의 우위를 강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미국을 넘어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 새로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타이완을 두고 전쟁할 경우에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과의 공조 하에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도 희박하나마 존재하며, 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도 우려하고 있다고 연사는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우리나라는 정권의 교체와 함께 외교 정책상 주요 안건들이 바뀌는 듯하다며,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 대한민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방청객 김삼식 씨의 날카로운 질문에 김 교수는 평화를 위한 외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파적 시각을 가진 소수에 의해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는 국내 정치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국민들의 공감대에 기반한 외교안보정책의 필요성을 위해 제안한 것이 바로 한국형 솔라리움 프로젝트다.
1953년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대소련 전략을 두고 고민할 때 백악관의 ‘솔라리움 실’로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4팀의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해 냉전 시기 대소련 전략의 근본 전략을 마련한 것이 시초로, 김 교수는 “솔라리움 프로젝트와 같이 대한민국 역시 양극화된 정치를 넘어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 국민의 공감과 응원이 뒤따라올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이슈 PICK 쌤과 함께’의 ‘200회 특집 ’소멸과 생존’ 3부작 2부 ‘사악한 세계, 대한민국의 생존법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9월 15일에, 3부 ‘정치 양극화와 팬덤정치, 그 해법은?’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9월 22일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