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주자 없는 상황, ‘노 히트’를 기록 중이던 뉴욕 양키스 선발투수 게릿 콜은 ‘천적’ 라파엘 데버스를 고의사구로 걸러보냈다. 주자도 없는데 고의사구 자체가 흔치 않은 상황, 그만큼 콜에게 데버스는 골치아픈 상태였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실리를 택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콜이 15일(한국시간) 뉴욕 홈에서 열린 보스턴전 4회 1사까지 안타 1개도 맞지 않고 호투 중이었다. 팀이 1-0으로 앞선 4회 1사에서 맞이한 상대는 데버스였다. 콜은 손가락 4개를 펴고 1루를 기리켰다. 고의사구로 그러겠다는 신호였다. 리그 최고의 투수 중 1명이 노히트를 할 만큼 좋은 컨디션에서, 주자 1명도 없는데 고의사구를 선택한 것이다.
양키스 역사에서 주자 없는 가운데 고의사구는 역대 3번째다. 4회 고의사구는 처음이다. 1930년과 19070년에 각각 1차례씩, 모두 6회에 고의사구가 나왔다.
콜에게 데버스는 천적 중의 천적이다. 이날 경기전까지 39타수 13안타를 허용했다. 13안타 중 홈런만 8개였다.
콜은 4회에 들어가기 전 투수코치와 상의하고 데버스를 고의사구로 거르기로 했다. 데버스를 거르고 후속 타자에 집중하는게 투구 수를 아끼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데버스는 출루 후 곧장 2루를 훔쳤다. 후속 타일러 오닐이 볼넷으로 나가며 무사 1,2루가 됐다. 요시다 마사타카와 윌리어 어브레유가 연속 2루타를 때렸다. 순식간에 3실점하며 1-3으로 경기가 뒤집혔다. 콜은 5회에 추가 4실점 하며 4.1이닝 7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양키스는 1-7로 패했다.
양키스 포수 오스틴 웰스는 갑작스런 고의4구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데버스도 놀랐다. 그는 “미래의 명예의전당 선수(콜)가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콜은 “(고의사구) 계획이 먹히지 않았다. (고의사구) 뒤에 더 잘 던졌어야 했다”고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