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2일 만의 퀄리티스타트(QS) 피칭이 시즌 가장 중요한 시점에 나왔다. 두산 좌완 최승용이 선두 KIA 상대로 선발 등판해 시즌 최고의 투구로 팀 4연승을 이끌었다. 최승용의 호투로 두산은 3위 도전의 희망을 품에 안은 채 LG와 운명의 3연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최승용은 19일 잠실 KIA전 선발로 나와 6이닝 3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1회초 첫 타자 김도영에게 3루타를 맞는 등 2실점을 했고, 4회 소크라테스에게 비거리 135m 대형홈런을 맞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 4안타를 맞으면서 볼넷은 하나만 내주는 공격적인 투구로 공 73개로 6회를 마쳤다. 최승용의 QS 피칭은 지난해 10월 3일 잠실 키움전 이후 362일 만이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지난해 후반기 호투를 거듭했고,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대회 때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까지 올랐다. 누구보다 올 시즌 기대가 컸다. 그러나 예상 못 한 불운이 그를 덮쳤다. 피로골절로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고, 긴 재활에 땀을 쏟아야 했다. 시즌 절반이 지난 7월28일에야 첫 등판을 했다. 불펜으로 복귀 시즌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팀 선발진에 연달아 구멍이 나면서 갑작스럽게 선발 역할도 맡아야 했다. 이래저래 제 기량을 선보이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날 전까지 최승용은 4차례 선발을 포함해 10차례 등판에서 16이닝 동안 평균자책 7.31에 그쳤다. 선발로 나와서도 좀처럼 3회를 넘기지 못했고, 지난달 29일 NC전 4이닝(2실점)이 올 시즌 가장 길게 소화한 이닝이었다.
경기 후 최승용은 모처럼 웃었다. 그는 “부상이 있어서 시즌을 좀 늦게 시작했는데, 팀이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6회까지 73개밖에 던지지 않아 내친김에 그 이상 던질 법도 했다. 이날까지 최승용의 1경기 최다 이닝이 6이닝이었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아도 새 기록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최승용은 “욕심은 있었다”면서도 “4일 쉬고 화요일(24일)에 다시 선발 예정이 있고, 올해 선발 투수로 준비도 못 한 만큼 코치님께서 여기까지만 하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최승용은 “1군 처음 올라왔을 때와 비교하면 이제 조금씩 밸런스가 돌아오는 것 같다”면서 “(재활 기간)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만들고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최승용의 복귀를 기다렸던 이승엽 감독도 “선발투수로 자신의 몫을 100% 다했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가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왔다”고 그를 칭찬했다.
공백이 길었고, 복귀도 늦었지만 최승용은 조금씩 제 페이스를 찾고 있다. 지난해 가장 좋았던 때와 비교해도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몸 상태가 올라온 것 같다고 했다. 최승용이 가을 무대에서 활약해준다면 이번 시즌 공백이 길었던 아쉬움도 씻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