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공간 살려내는 예술의 심폐소생술

입력 : 2024.09.20 08:04 수정 : 2024.09.20 08:06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이달의 가볼 만한 추천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여행 주제는 ‘공간의 재활용’으로 낡은 건물이 재탄생해 역사적 가치를 지니게 된 곳들이다. 이들은 건축 재생이라는 지속 가능한 여행의 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자칫 사라질 뻔한 건축을 재생해 지속 가능한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 3층 보존구역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부천아트벙커B39 3층 보존구역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있는 부천아트벙커B39는 ‘삼정동 소각장’이 다시 태어난 곳이다. 환경문제로 2010년 폐쇄된 소각장이 수년간의 공사를 거친 뒤 2018년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과거 소각장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멀티미디어홀, 벙커, 에어갤러리 등 예술 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품 전시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이 열린다.

부천의 예술을 조금 더 감상하고자 한다면 레노부르크뮤지엄에 가볼 수 있다. 레노부르크뮤지엄은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관이다. 이어서 한국만화박물관도 둘러본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은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부천에는 다시 태어난 곳이 한 곳 더 있다. 심곡천은 2017년 생태 복원 사업을 통해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총 1.2㎞ 길이를 복원해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데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평창무이예술관

평창무이예술관은 폐교와 예술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평창무이예술관은 폐교와 예술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1999년 폐교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무이초등학교가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 예술가의 손을 거쳐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흔적이 곳곳에 남아 옛 시골 학교 정취가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가 진행된다. 또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에서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간다. 이 카페는 봉평 감자 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무이예술관이 있는 봉평은 작가 이효석의 고향이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9월에는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과 효석달빛언덕, 봉평장(봉평전통시장) 등에 들러 잠시 감상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9월 15일까지 평창효석문화제도 진행된다. 여유가 있다면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을 걸어볼 수도 있다.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폐교의 변신, 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 전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폐교의 변신, 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 전경.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충북 충주의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쓸모없는 물건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을 통해 폐교를 재탄생시킨 곳이다.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다. 철과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입혀 작품을 만든다.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키네틱아트(kinetic art)로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바이크를 타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크아트를 이끌고 있는 오대호 작가가 오대호아트팩토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우리나라 정크아트를 이끌고 있는 오대호 작가가 오대호아트팩토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이었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재탄생한 코치빌더라는 카페가 있다.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곳에 전시된 올드카와 클래식카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해 개성적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벽면과 천장에는 차 계기반, 변속기, 휠 등 차량의 부품을 세심하게 분해해 활용한 실내장식 소품들이 있다.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을 만난다. 코치빌더는 충주에서 나는 밤과 고구마 등으로 빵을 개발해 선보이는 빵 맛집이기도 하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은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은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경남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년에 지어진 옛 자생의원으로 거창지역 최초의 근대병원이다. 2006년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설립자 故 성수현 원장의 유족들이 시설을 기부했고, 거창군청이 부지를 매입해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받은 후 2016년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열었다.

현재 의료전시관이 된 병원동은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생김새가 낯선 옛 수술기구들과 의료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의사가 거주했던 주택동에는 그 시절에 사용했던 생활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 문화 체험 공간이기도 하다. 때때로 박물관의 앞마당은 삶을 위로하는 힐링 콘서트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광주 전일빌딩245

광주 전일빌딩245. /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일빌딩245 종각 지붕 선 위로 총탄 흔적이 보인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전일빌딩245 종각 지붕 선 위로 총탄 흔적이 보인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광주광역시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흔적이 있는 건물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증언을 참고해 제작한 멀티 어트랙션 영상과 왜곡의 역사, 진실의 역사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 등을 관람할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5·18민주화운동을 기록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 전시하는 공간이다. 5·18민주광장에 가면 당시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원형 분수대를 볼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문화를 주제로 전시와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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