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또 하나의 역사인 메이저리그(MLB) 최초의 ‘지명타자 MVP’도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타니는 20일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 1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6안타(3홈런) 2도루 10타점의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48홈런-49도루로 MLB 최초의 50홈런-50도루에 홈런 2개와 도루 1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던 오타니는 이로써 MLB 최초의 50홈런-50도루에 성공했다. 전성기 시절 배리 본즈나 ‘천재’라 불렸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해내지 못한 기록을 오타니가 해냈다.
이날 오타니는 작심한 듯 첫 타석부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1회초 우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오타니는 이어진 1사 1·2루에서 더블 스틸에 성공해 50도루 고지를 밟았고, 2회초 2사 1·2루에서 적시타를 친 뒤 다시 51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남은 홈런 2개는 이후 타석에서 곧바로 채웠다.
3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2타점 2루타를 친 오타니는 6회초 1사 1루에서 맞은 네 번째 타석에서 마이애미의 호르헤 소리아노를 상대로 볼카운트 0B-1S에서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85.4마일(약 137.4㎞)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7회초 2사 3루에서 맞은 다섯 번째 타석에서 마이크 바우만의 4구째 89.1마일(약 143.4㎞)너클 커브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 기어코 50홈런을 채웠다. 대기록을 달성한 오타니는 9회초 2사 1·2루에서 맞은 마지막 타석에서 스리런홈런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오타니의 활약에 힘입어 마이애미를 20-4로 대파한 다저스는 시즌 91승(62패)째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오타니의 MLB 진출 후 첫 포스트시즌이기도 하다.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고지에 최초로 도달하면서, 오타니는 또 하나 미지의 고지였던 ‘지명타자 MVP’도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MVP를 받았다. 하지만 이 두 차례는 전부 투타 겸업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면 올해는 팔꿈치 수술의 여파로 투수로는 등판하지 않고 오로지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집중했다.
메이저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지명타자가 MVP를 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폴 몰리터(1993년), 프랭크 토마스(2000년)), 데이빗 오티스(2005년)가 기록한 2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지명타자가 MVP 투표에서 외면 받았던 이유는 ‘수비 기여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오타니는 ‘0’인 수비 기여도를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공격 기여도를 타석에서 충분하게 보여줬다. 오타니를 견제할만한 다른 후보가 내셔널리그에 없다는 것도 오타니의 MVP 수상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2024년은 메이저리그는 물론, 전세계 야구사에 오타니의 이름이 깊숙하게 새겨지는 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