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2)

‘왕따 논란’ 에이프릴 전 관계자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건”

입력 : 2024.09.28 16:45 수정 : 2024.09.28 22:53
그룹 에이프릴. 사진=아트코리아방송

그룹 에이프릴. 사진=아트코리아방송

“왕따는 억지에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건입니다.”

걸그룹 에이프릴의 소속사 전 관계자가 ‘집단 따돌림·괴롭힘’ 사건에 대해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난 A씨는 “오해로 인해 모두의 꿈이 밟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 유튜버 곽튜브(곽준빈)가 에이프릴 출신 배우 이나은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텐츠를 자신의 유튜브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현주 왕따 가해 주동자’ 의혹을 받는 이나은을 ‘자칭 왕따 출신’ 곽튜브가 ‘대리 용서’ 했다는 이유에서다. 곽튜브는 구독자가 떨어져 나가고 잡혀있던 행사가 취소됐다. 그리고 이나은은 지난 2021년에 이어 또 한 번 ‘씹고 뜯고 물리는’ 언론과 대중의 먹잇감이 됐다.

MBN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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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에이프릴 전 멤버 이현주는 자신이 멤버들로부터 수년간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따돌림과 괴롭힘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중은 한 쪽에 ‘가해자’란 낙인을 찍었다. 그도 그럴 듯이 피해자가 존재하는 한 한쪽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룹 활동을 지원했던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Q. 에이프릴과 어떤 관계인가?

A. 2014년 연습생 때부터, 에이프릴과 함께 한 사람이다. 지금의 난 회사와 관계가 없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모두 내가 품었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오해로 인해 모두의 꿈이 밟히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다.

Q.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A. 2021년 왕따 논란이 터져 나왔을 당시 난 무서웠다. 아이들 모두 어린 친구들이었다. 멤버 중 한 명이 ‘저희가 죽어야 끝나나 봐요’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누구 하나라도 잃을까 매우 두려웠다. 이번 곽튜브 영상 이후 (나은이를 향한 비난이) 너무 심하더라. 에이프릴 왕따 사건이 이나은 왕따 사건이 돼 있는 걸 보고, 이러다 나은이를 잃을까 무서웠다.

Q. 이나은이 출연한 곽튜브 영상으로 후폭풍이 거셌는데.

A. 이번 곽튜브 영상을 봤고 ‘뭐가 문제지’란 생각 들었다. 곽준빈의 생각을 말한 것 뿐 아닌가. 그런데도 부정 데이터가 너무 많다. (파생된 영상에서) 나은이가 복귀를 목적으로 곽튜브에게 플러팅 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점점 악의적으로 영상이 발췌되는 것들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겪은 나은이는 언니들 입에 묻은 음식도 닦아주고 코도 닦아 주는 정 많은 애다. 이번 일을 보면서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싶기나 한 건지 궁금하고 회의감도 들었다. 공백기 나은이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저는 이제 요만한 카메라 앞에서도 아무 말을 못 하겠다’고 하더라. 이제 20대 중반인데 그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나. 겨우 용기 내서 한 작은 날갯짓이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에 왔다.

MBN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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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에이프릴 사이에 왕따와 괴롭힘이 있었나?

따돌림이라기엔 억지다. 서로가 괴로웠던 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 십 대 아이들이 모인 그룹이다. 사실 그 나이에 한 반에 30명이면 30명 모두와 친해질 수 없다. 아이돌 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나와 마음이 잘 맞고 모두가 서로를 좋아할 수 없다. 에이프릴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와 누구는 결이 맞고 또 다른 누구와 누가 결이 맞았다.

Q.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시 이들의 생활패턴과 근태 등을 적은 업무 일지가 있다. 현주는 연습생 시절부터 아프다는 이유로 연습을 많이 빠졌다. 한 달에 열흘은 빠졌다. 내가 10년 이상 이 일을 하며 본 친구 중 가장 많이 연습을 빠진 친구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 데뷔 후 끌고 갈 수 없으므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자주 아팠고 출석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현주 편을 많이 들어줬다. 건강상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멤버들의 불만이 생겼다. 현주는 갑자기 사라지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딱히 따돌림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없었다. 소리 지르거나 다투는 일도 딱히 없었고, 다들 그룹을 위해 감내했다. ‘다 대 일’이라는 이유로 현주를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다.

Q. 괴롭힘과 왕따의 증거로 신발, 텀블러, 신발, 김밥이 거론됐는데.

A. 이동 중 먹는 김밥이 쉬는 일은 다반사다. 당시 멤버들이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에 향수도 많이 뿌렸다. 신발이나 텀블러의 경우 당시 숙소에 짐이 정말 많았고 섞이는 일도 많았다. 당시 현주가 그 일로 상처를 받았을 수 있지만, 그런 일들로 따지면 상처받지 않은 멤버는 아무도 없을 거다.

그룹 에이프릴. 유튜브 캡처

그룹 에이프릴. 유튜브 캡처

에이프릴 왕따 사건 이전에 티아라, A.O.A 등이 그룹 내 왕따 사건으로 내홍을 겪었다. 에이프릴 사건은 왕따 주동자로 지목된 이나은과 이현주 사이의 단순한 갈등이 표출된 것이 아니다. 십 대 시절 집을 떠나 숙소 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돌 그룹 내 인간관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비춘다. 또 SNS와 유튜브, 온라인 익명 댓글 등을 통해 인격살인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Q. 회사가 특정인만 감쌌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 아닌가?

멤버들의 불만에도 현주에게 특혜를 준 건 첫째로 구성원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뷔 앞둔 친구 중엔 실제로 연습 때문에 몸이 힘들어서 아픈 친구도 있고, 심리적으로 무서워서 아픈 친구도 있다.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들 감내한다. 연습을 위해 집에서 연습실까지 2시간씩 버스 타고 오는 친구도 있다. 연습이 재밌는 날도 있지만, 매일 같은 동작을 연습하다 보면 누구는 좋겠나? 하지만 사람이 늘 재밌는 일만 할 순 없다.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건 성장하는 과정이다. 다른 멤버들은 규율 안에서 잘 해냈다. 그러나 다 같이 라포를 형성하는 연습생 시절 한 명이 자꾸 빠지면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엔터 회사는 의무적으로 멤버들의 심리 상담을 한다. 평소에도, 또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직원들은 많이 노력했다.

Q. 2021년 이현주 동생의 폭로가 사건의 시발이 됐는데.

A. 현주는 곱게 키워진 아이로 알고 있다. 남동생의 폭로 당시 그 가족의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불송치 이유서를 보면 ‘관계가 좋은 것 같진 않고 왕따는 없었다’고 나온다. 그게 팩트다. 하지만 왜 대중은 왕따가 있었다고 확신하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사실을 외면하려고 한다. 악플러들이 이나은을 왕따 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거야말로 괴롭힘 아닌가.

Q. 하지만 자신을 피해자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 한 이 일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A. 모든 아이돌 그룹에 이런 트러블 있을거다. 다만 누가 공을 먼저 쏘아 올렸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에이프릴 멤버 중 다른 멤버가 먼저 ‘이현주 때문에 힘들었다’고 먼저 얘기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힘듦의 기준은 자신이다. 모두가 힘들다. 누군가는 팀을 지키고 싶어 인내한 거고, 누군가는 인내하지 못한 거다.

Q. 아이돌 그룹 내 왕따와 괴롭힘은 끊이지 않는 이슈인데?

A.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돌이 더욱 힘든 직업으로 치부되는데, 어떻게 따지면 운동선수보다 십 대 시절 훈련량은 적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연습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은 꿈을 빠르게 선택하고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아이들이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힘들 수 있어서 팀에 단체에 융화되는 법, 올바른 대화법, MBTI 소통 특강 등을 진행한다. 팬들은 멤버가 모두 돈독하길 원하겠지만, 그건 팬들이 원하는 시선일 뿐이다.

팀을 만들 때 같이하는 시간이 가치를 만든다. 같이 힘들어도 보고 같이 웃어보고 하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그 과정에서 아쉬운 지점이 생겼다. 하지만 다 소중한 인간들이고 서툰 시간이다. 이 일로 아무도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더이상의 피해자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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