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조기확정 충분한 휴식
5위 결정전까지 성사되면
누가 올라와도 체력 유리
막판 총력전 탓 광탈했던
작년 가을 아쉬움 날릴까
프로야구 두산은 올시즌 후반기의 마지막이 고단했다. 촘촘한 4~5위 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한때 5강 사수에 노란불이 들어올 만큼 위기도 있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정규시즌 ‘엔딩’은 나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4위를 비교적 이른 시점에 확정한 채 가을야구 준비 시간도 벌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26일 사직 롯데전 승리로 4위를 굳혔다. 10월2일 잠실구장에서 5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벌이기까지 닷새의 휴식일이 생겼다. 올시즌 외국인투수들의 부상 이탈로 선발진 운용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덕분에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는 누구라도 정상 컨디션으로 올릴 수 있는 여건이다. 지난 26일 롯데전 선발은 국내파 우완 곽빈이었다. 두산은 지난 28일 정규시즌 최종전으로 이어진 창원 NC전에서는 백업 자원 김유성을 선발 카드로 활용하며 주력 선발진의 휴식일을 늘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가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두산에는 호재다. 5위 싸움을 이어가는 KT와 SSG가 나란히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사상 최초로 5위를 놓고 ‘단판 결정전(타이브레이크)’이 열릴 가능성까지 생겼다. KT가 144경기를 모두 소화한 가운데 SSG가 30일 키움과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똑같이 72승2무70패를 기록해 1일 5위 결정전을 벌이게 된다.
5위로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전력 충전이 불완전한 상태로 두산을 만날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두산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두산은 승패 부담 없이 닷새를 주력 불펜진 에너지 충전 시간으로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택연과 이병헌 등 젊은 불펜 자원들이 힘 있는 공을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은 이승엽 감독 첫해였던 지난해 가을야구가 너무 아쉬웠다. 5위로 나선 NC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경기 초반 3-0 리드를 쥐고도 난타전 끝에 9-14로 역전패하며 단 1경기로 포스트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대비해 로테이션을 꾸리면서도 마지막까지 4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 것이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3연패를 당해 5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전반적인 투수진 체력 소모가 불가피했다. 더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공수 리더인 양의지가 심한 감기몸살로 링거를 맞고 간신히 출전해야 했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올해 양의지는 지난 21일 LG와 더블헤더 이후로 ‘쇄골 통증’으로 결장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KBO리그 1군이 10개 구단 체제가 된 뒤로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친 적은 한 번도 없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는 정규시즌 LG가 선착해 있다.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전이 정규시즌을 지나 가을야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